공수처 1호 기소는 '스폰서 검사' 김형준

입력 2022-03-11 17:39   수정 2022-03-12 00:46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이른바 ‘스폰서 검사’로 불렸던 김형준 전 부장검사(52)를 뇌물 수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공수처 출범 1년2개월여 만의 첫 기소권 행사다.

공수처는 11일 뇌물 수수 혐의로 김 전 부장검사와 박모 변호사(52)를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2015~2016년 박 변호사의 자본시장법 위반 사건 처리와 관련해 1093만5000원 상당의 뇌물과 향응 접대를 주고받은 혐의(뇌물수수·공여)를 받고 있다.

조사 결과 김 전 부장검사는 서울남부지방검찰청 증권범죄합동수사단 단장 시절 박 변호사의 자본시장법 위반 사건이 자신의 부서에 배당된 뒤 금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위원회는 2015년 10월 박 변호사에 대해 미공개정보 이용 혐의로 대검찰청에 수사 의뢰했다.

김 전 부장검사는 2016년 1월 인사이동으로 서울남부지검을 떠나기 직전 소속 검사에게 박 변호사를 조사하도록 한 뒤 같은 해 3월과 4월 두 차례에 걸쳐 93만5000원 상당의 향응을 접대받고 7월에는 1000만원 상당을 수수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박 변호사의 자본시장법 위반 사건은 2017년 4월 혐의없음 처분이 내려졌다.

이들은 조사 과정에서 김 전 부장검사의 인사이동에 따라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 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주장했지만, 공수처는 과거 담당한 업무도 ‘직무’로 볼 수 있다는 대법원 판례 등을 근거로 기소를 결정했다. 공수처 출범 이후 첫 기소다. 검찰이 70년 넘게 쥐고 있던 기소 독점권을 처음으로 깬 기록으로도 남게 됐다.

다만 경찰이 뇌물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4500만원 상당의 또 다른 금전거래는 두 사람의 관계, 돈을 융통한 동기, 변제 시점 등을 고려해 직무 관련성, 대가 관계가 인정되지 않아 불기소 처분했다고 공수처는 밝혔다.

법원의 최종 유무죄 판단이 내려지기까지 이어질 재판 과정은 공수처의 공소 유지 역량을 평가하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공수처는 현재까지 구속영장 실질심사 때 외에는 법정에 나설 기회가 없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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