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의 핵심은 각자도생에서 ‘공생공존의 틀’을 만드는 것이다. 음식점별로 전속 배달을 운영하기보다 배달음식을 산업 차원에서 서로 공유하고 자유롭게 참여해 전체 산업 효율을 올리는 방식이다.
과거 정부에서 이런 플랫폼 정부를 표방해 정부 2.0이나 관련 오픈데이터 정책을 시도했지만 아직도 대부분 정책은 ‘자판기 정부’ 모델 방식이다. 자판기 정부란 시민이 세금을 내면 그에 상응하는 정해진 서비스를 정부가 제공하는 모델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플랫폼 정부는 ‘상호 협력에 기반한 모델’이다. 정부는 서로 협력을 도모할 수 있는 ‘판’과 ‘제도’를 만들어 상호 공생공존의 플랫폼을 제공한다는 방식이다. 이런 플랫폼 정부 개념이 절실히 필요하고 가시적 효과도 기대할 수 있는 분야가 바로 ‘디지털 제조 혁신’이다. 기존 산업정책은 산업별로 별도 정부가 정책을 직접 만들고 요청한 기업에 지원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최근 기업들과 제조산업의 요구는 직접적인 지원보다 환경 구축에 정부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기업들은 사업을 자체 인력으로 운영하거나 수직계열화하는 방식이 과거에는 효율적이라 믿었다. 이런 방식은 자제 수급 인력이 풍부하고 전통적인 산업을 영위하는 데는 효율적일 수 있지만, 나날이 바뀌는 산업현장에 신속하고 유연하게 대처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특히 제조 디지털 혁신의 기본 조건은 정보기술(IT) 인력과 고급 디지털 인력 수급이지만, 이미 IT인력과 디지털 관련 전문인력 부재는 국가적 위기 상황으로 전락했다. 국내 대기업은 신규 인력을 채용해 팀을 만들고 자체 솔루션을 개발해 시장에 진입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것을 알고 다양한 오픈 이노베이션을 추진 중이다.
최근 대기업이 스타트업과의 협업·투자를 늘린 이유도 자체 인력을 통한 디지털 전환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다.
과거 국가 경쟁력으로 여기던 수직계열화도 신속한 산업 전환에선 걸림돌이다. 현재 계층화된 자동차산업 구조로는 전기자동차 전환에 막대한 산업적 비용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자체 네트워크 협력업체를 운영하기보다 협업 모델을 고민 중이다.
정부는 이런 상황을 인지하고 산업 정책도 자판기식이 아니라 제조 디지털 전환을 위한 디지털 플랫폼 전략 수립으로 전환해야 한다. 예를 들어 2차전지처럼 급속한 성장이 필요한 산업의 경우 디지털트윈과 같은 가상공장 구축을 정부가 지원하는 것이다. 국내 2차전지 업체의 핵심은 제조 운영이지만 이를 지원할 국내 제조 자동화 및 제조 소프트웨어(SW) 업체는 매우 제한적이다. 이런 문제를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 가령 디지털 가상공간에 2차전지 제조업체들은 요구사항을 공유하고,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은 자신들의 기술을 적용하고 테스트해 상호 매칭하는 것이다. 학계는 디지털 공장 구축에 참여해 교육·연구 진행을 통해 인력양성이 가능하다. 제조산업의 대기업, 중소기업, 스타트업들은 이미 이런 협업에 목말라하고 있다. 정부의 디지털 플랫폼 구축을 통한 상생협력은 희망이 아니라 현실이 될 수 있다. 특정 기업이 플랫폼을 독점하는 것은 문제가 있고 규제가 필요하다. 하지만 플랫폼산업의 효율은 정부가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이미 제조산업은 디지털 혁신의 용광로가 끓고 있다. 제조 디지털 플랫폼 정책이란 뇌관을 통해 새로운 제조산업의 성장 폭발을 새 정부에 기대해본다. 특히 정부 플랫폼 구축의 첫걸음으로 ‘제조산업 디지털 플랫폼 구축’을 제안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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