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 전투기 경제수명이 30여 년임을 고려할 때, 평균 기령이 40년 안팎인 F-5는 항상 안전사고 위험에 노출돼 왔고 2000년 이후 12대가 추락, 13명의 조종사가 순직했다. 이번처럼 엔진 결함에 의한 추락은 초유의 일이다. 노후화가 극한에 다다른 징후일 것이다. 언제 또 ‘예견된 사고’가 발생할지 모른다.
필자의 아버지는 F-5 조종사였다. F-5 소리 속에서 태어나 자랐다. 필자가 태어난 1976년 즈음부터 F-5가 대량 도입됐다. 거의 반세기 동안 한국은 6대 군사 강국이 됐고, 10대 경제 강국이 됐는데 F-5는 아직도 날고 있다. 공군 관사 어린이로서 많은 F-5 비행사고를 접했다. 옆집 아저씨, 친구 아버지들이 하늘로 떠났다. 대한민국 공군 F-5라는 책을 쓰며 순직 조종사들의 명단을 정리했다. 최초 도입 F-5A까지 포함하면 무려 52명이 순직했다. 매년 10여 명에 달한다. 집필을 위해 F-5에 탑승한 적이 있다. 공중에서 경고등이 점멸할 땐 조종사들의 호흡은 가빠졌다. 40대 전투기에 20대 조종사들이 목숨을 걸고 나는 모습에 납세자로서, 국민으로서 민망하고 미안했다.
상황이 이렇게까지 된 배경은 고질적 예산 부족과 거듭된 신예기 도입 지연으로 노후 기종 교체가 늦어진 데 있다. 공군은 원래 180여 대의 F-5 전력 중 노후화가 심한 60여 대는 국산 경공격기 F/A-50으로, 나머지는 개발 중인 국산 전투기 KF-21로 대체하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KF-21 사업 추진 결정이 10년 이상 지연되면서 대체 및 도태 후 남은 80여 대의 F-5 퇴역은 뒤로 밀렸다. KF-21이 배치될 2032년까지 10년은 더 날아야 하는 것이다.
F-5는 하루빨리 도태시켜야 한다. 무엇보다 사람의 생명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비단 조종사뿐만 아니라 F-5가 날아다니는 하늘 아래 시민들의 생명도 걸려 있다. 언제 도심에 추락할지 모른다. 공군은 신예기 도입 등 F-5 대체 방안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예산 확보가 난관일 것이다. 비용과 시간 절약을 위해 리스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선례가 있다. 공군은 노후 훈련기 도태와 대체 국산 훈련기 T-50 개발 기간의 공백을 메우고자 미 공군의 T-38 훈련기를 리스해 무사고 운용했다. 아니면 방위성금 모금이라도 하자. 박정희 전 대통령은 외교적 수완을 발휘해 당시 최강 전투기 F-4 팬텀 도입을 성사시켰고, 방위성금으로 부족한 대수를 메웠다. 이른바 ‘방위성금헌납기’들은 대한민국 공군을 넘어 대한민국 국민이 마음을 한데 모아 나라를 지켰던 역사로 기억된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대선 후보 중 유일하게 고 심정민 소령의 빈소를 몸소 찾은 바 있다. 당선인은 “심 소령의 희생을 잊지 않겠다. 그의 순직이 전투기 노후화 때문이라면 부끄러운 일이다. 반복되는 사고를 막기 위해 노후화된 전투기 교체 등 국방 전력을 최신화하도록 온 힘을 쏟겠다”고 했다. 국군통수권자로서 국방력을 일신하고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길이다. ‘늦더라도 안 하는 것보다 낫다(Better late than never).’ 국가적 리더십의 용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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