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디렉터 변혜경의 처찌곤란토크①] 한국은 정신과 대신 점집, 심리치료 대신 피부관리실?

입력 2022-03-14 17:38   수정 2022-03-17 10:52


우스개소리로 한국의 점집이 잘 되는 이유는 서양의 정신과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는 말이 있다. 정신병원이라는 말이 비정상적으로 와닿는 우리 문화에서는 아직도 정신 관련 치료를 받는 것이 암암리에 터부시 되는 분위기가 있기 때문에 남녀노소 지역불문하고 점집을 자주 찾는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연예인들의 공황장애나 우울증, 조현병, 사이코패스 범죄 등으로 인해 병명들이 많이 오픈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역시 크고 작은 마음의 문제를 적절하게 터놓지 못해 병이 되기도 하고 비관형 자살률이 높기도 하다.

한국의 중년 여성들은 목욕탕이나 찜질방, 스파나 마사지를 유난히 좋아하는데, 그곳에서 나누는 여자들만의 이야기들도 한 몫 하지 않을까? 때로는 미용실 보다 좀 더 프라이빗한 공간인 피부관리실에서 고급 정보가 오가기도 한다. 

이런 저런 사는 이야기, 자녀 고민, 남편 걱정, 앞으로의 노후준비 등 마음 속에 있는 이야기들을 단골 마사지 직원이나 피부과 의사에게 털어놓는 것이다. 심리치료, 정신과 치료의 기본이 일단 본인의 상황을 말하는 것이라고 하니, 은연중의 상담효과가 있다는 것도 무시할 수는 없는 것 같다.

필자 역시 여러가지 일로 몸과 마음이 고될 때 특히 더 관리샵을 찾게 된다. 내 집이 아닌 편안한 베드(수백만원을 호가할 것이 분명한)에 눕거나 엎드려서 얼굴 또는 전신 케어를 받으며 생전 처음 보고, 앞으로 다시는 볼 일이 없을 직원에게 개인사를 털어놓는 것이다. 어쩌면 낯선이와 다시 볼 확률이 적기 때문에 오히려 쉽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것 같다. 

단골 관리사가 있다면 또 계속해서 후일담이나 뒷 이야기, 비하인드 스토리(뒷담화?)도 말하게 된다. 말하려고 한 것이 아니었는데, 몸의 이완은 마음의 빗장 해제를 부르는 걸까? 저절로 주절주절 수다쟁이가 되는 자신을 발견하기도 한다. 

고민이나 걱정거리가 있다면 오로지 자신만을 위한 전신케어를 한번 받아보기를 추천한다. 그곳은 외적인 아름다움 뿐만 아니라 보다 정화된 마음가짐까지도 선물한다. 시끄러운 세상과 잠시 떨어져 다만 몇 시간만이라도 숙면을 취하거나 누군가와 소통을 하거나 때로는 스스로와 대화를 할 수 있는 소중한 순간이다. 

명상이나 요가 등 조용한 운동조차 하기가 어렵다면 피부관리실을 가보는 것을 어떨까. 관리 후의 좋아진 피부나 혈액순환, 마음의 정리는 덤! 나 자신만을 위한, 보다 나은 나 자신을 위한 시간을 구매한다고 생각한다면 기십만원이 꼭 비싼 금액은 아닌 것 같다.

글_아이스타뷰티라운지 변혜경 대표

bnt뉴스 기사제보 beauty@bn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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