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크리스탈지노믹스에 따르면 아이발티노스타트는 염색체 재구조화에 관여하는 히스톤탈아셀티화효소(HDAC)를 억제하는 항암제 후보물질이다. 후성유전학적(Epigenetic) 유전자 발현을 조절해 항상성을 유지하는 기전이다.
크리스탈지노믹스는 국내에서 24명을 대상으로 임상 2상을 진행한 결과 질병통제율(DCR) 93.8%와 전체생존율(OS) 10.8개월을 기록했다. 임상 2상 결과는 2020년에 유럽종양학회 소화기암 국제회의(ESMO-WGI)를 통해 발표했다.
회사는 지난해 8월 국내 임상 3상을 신청했다. 하지만 임상 2상에 대조군이 없다는 점을 지적받아 자진 철회 후 임상 2·3상으로 재신청했다. 이어 지난 3일에 임상 2·3상 신청을 최종적으로 취하했다.
크리스탈지노믹스는 170명을 대상으로 임상 2·3상을 실시하고자 했다. 하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는 400명에 대한 임상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임상 환자 수가 늘면 임상 기간이 대폭 증가하고 이에 따라 개발비가 커질 것으로 회사 측은 예상했다. 이에 최종 허가를 받더라도 시장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하고 임상 신청을 자진 철회했다. 아이발티노스타트와 병용하는 젬시타빈·엘로티닙이 최신 치료 경향에서 벗어났다는 점도 고려했다. 이미 미국에서는 젬시타빈과 엘로티닙이 처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임상 개발이 완료될 시점에는 병용 약물로서 더욱 경쟁력이 없을 것으로 봤다.
국내 2·3상의 환자가 400명으로 늘어날 경우, 임상에는 5년이 걸릴 것으로 추산했다.
미국에서는 진행성 또는 전이성 췌장암 환자 중 폴피리녹스 요법 후 질병이 진행되지 않는 환자를 대상으로 유지 요법에 대한 임상을 진행할 계획이다. 회사에 따르면 폴피리녹스는 미국에서 1차치료제로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부작용 우려 때문에 재투여가 제한되고 대신 카페시타빈 등 다른 약물이 후속 처방된다는 설명이다.
이와 같은 점을 고려해 앤드류 고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의과대(UCSF) 교수가 임상을 설계했다. 아이발티노스타트와 카페시타빈을 병용투여하고 카페시타빈 단독 요법에 비교해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한다는 목표다. 이번 임상은 대상자 선정부터 불확실성을 줄이는 방향에 초점을 맞췄다고 회사 측은 강조했다.
크리스탈지노믹스 관계자는 “미국에서의 최신 처방 트렌드를 고려해 임상 프로토콜을 설계했다”며 “폴피리녹스에 효과가 있는 환자를 투여 대상자로 설정한 만큼 환자 컨디션이 양호하고 약효 입증에 유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먼저 임상 1b상을 통해 18명을 대상으로 임상 2상 권장용량(RP2D)을 결정한다. 카페시타빈 1000mg과 아이발티노스타트 60mg 125mg 250mg을 순차적으로 투여해 내약성을 평가하게 된다. 이후 권장용량을 52명에게 투여해 안전성 및 효능을 평가할 예정이다.
미국에서의 1b·2상은 오는 5월 첫 투여를 예상하고 있다. 이후 전체 임상 개발 기간은 34개월로 봤다. 계획대로 임상이 진행된다면 내년 중순에 중간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 것이란 판단이다. 이후 주요 학회를 통해 중간결과를 발표하고 기술이전을 타진한다는 목표다.
크리스탈지노믹스는 임상 진행 병원 수를 늘려 환자 모집에 대한 불확실성을 줄였다. 아이발티노스타트는 약 1시간 정맥투여해야하는 만큼 병상 확보가 중요하다. 25개 병원에서 환자 모집을 하는 만큼 환자 모집은 빠르게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국에서 코로나19 확산세가 감소된 것도 병상 확보 및 환자 모집에 있어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봤다.
앞서 아이발티노스타트는 FDA로부터 희귀의약품 지정(ODD)을 받았다. 개발비용의 세금 감면, 신약승인 심사비용 면제, 시판허가 승인 후 7년간 독점권 등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박인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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