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배터리 기업 중 전고체 파일럿 라인을 착공한 회사는 삼성SDI가 처음이다. 최윤호 삼성SDI 사장(사진)은 “초격차 기술 경쟁력과 최고 품질 확보로 수익성 우위의 질적 성장을 이루겠다”며 “1등 기업으로 우뚝 서기 위한 초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SDI는 S라인에 전지 전용 극판, 고체 전해질 공정 설비, 전지 내부 이온을 원활하게 전달하는 셀 조립 설비 등을 도입할 계획이다. 지금까지는 실험실에서 시제품을 한두 개씩 만드는 수준이었으나, S라인이 완공되면 다량의 시범 생산이 가능해져 연구개발(R&D)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고체 전해질이 들어가는 전고체 배터리는 화재 위험이 거의 없고 에너지 밀도가 높은 데다 충전 속도도 빠르다.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의 단점을 보완해 전기차 생태계를 바꿀 ‘게임 체인저’로 불리는 이유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는 황화물계 전해질을 적용한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 중이다. 이 전해질은 폴리머·산화물계 전해질에 비해 생산 규모를 확대하기 쉽고, 급속 충전을 적용하기에도 유리하다. 황화물계 전해질 소재 설계와 특허를 확보한 삼성SDI는 기술 검증 단계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파일럿 라인 착공은 양산 효율화를 위한 테스트 단계로, 삼성SDI가 기술적 난제를 어느 정도 극복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남아 있는 가장 큰 장벽은 상온 및 저온에서 충전 속도를 높이는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다. 고체 전해질은 액체보다 이온 전도도(이온이 움직이는 속도)가 낮아 충·방전 속도가 기존 배터리보다 느리다.
배터리 스타트업 중에서는 폭스바겐 투자를 받은 퀀텀스케이프가 2024~2025년 양산을 계획 중이다. BMW와 포드가 주주인 솔리드파워는 2025년 전고체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를 출시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현대자동차, 제너럴모터스(GM) 등이 투자한 SES도 2025년 리튬메탈 배터리를 상용화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전고체 배터리 탑재량은 2025년 16GWh, 2030년 135GWh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2030년 배터리 전체 시장 수요(3254GWh)의 4% 수준이다. 하지만 규모의 경제를 통해 제조 비용을 절감하면 전고체 배터리 사용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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