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당선인이 “민정수석실이 합법을 가장해 정적이나 정치적 반대 세력을 통제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고, 국민 신상털기와 뒷조사를 벌여왔다”는 비판에 누구도 아니라고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제 검경을 비롯한 모든 사정기관이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도록 낡은 잔재를 청산할 때가 됐다. 그래도 막상 청와대에 들어가면 사정기관의 힘을 빌리고 싶을 때가 생길 것이다. 초심을 유지하며 그런 유혹에서 벗어나는 게 중요하다. 국가 정보기관을 국내 정치에서 끊어내는 것만 해도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차제에 청와대 조직 전반을 기민하고 효율적으로 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민정수석실을 없애면 먼저 검경이 법 집행자로서 자기 책임을 다하는 국가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감사원 같은 기관도 본연의 모습을 다할 때 건전한 정부, 제대로 된 나라가 될 것이다. 정부 축소판 같은 거대한 비서실 조직과 기능이 최소화돼야 각 부처도 청와대 눈치나 살피는 ‘하명 집행기관’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래야 장관들도 정책 하나하나에 책임을 지면서 명실상부한 국무위원이 된다.
역대 정부가 수백 명의 큰 비서실을 운영한 데는 크게 봐서 두 가지 현실적 이유가 있었다. 엘리트 공무원을 파견받아 모든 부처를 직접 장악하겠다는 것과 없는 자리라도 만들겠다는 식의 선거 때 논공행상 때문이다. 이런 구태에서 벗어나야 한다. 공무원들은 지휘계통을 밟아 정책으로 청와대에 보고하면 된다. 당선인 소속 당 인사들의 청와대행(行)도 최소화돼야 한다.
작은 정부는 당선인의 공약이기도 하다. ‘작은 정부’가 대통령 입장에서 당장은 불편할 수 있으나 궁극적으로 나라 발전에 더 기여할 수 있다. 미국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영국 마거릿 대처 총리가 그런 방향에서 성공했다. 작고 효율적인 ‘부처 중심의 정부’ 청사진을 내는 데 꾸물거릴 이유가 없다. 그럴 시간도 없다. 여성가족부 문제도 그렇게 보면 답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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