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이면 출범 5년째를 맞는 SKHU에 최근 새 총장이 취임했다. SK하이닉스에서 최고기술책임자(CTO), 미래기술연구원 담당을 지낸 김진국 총장(사진)이다. 그동안 SK하이닉스 사장이 총장을 겸임했는데, 전임으로 SKHU 총장을 맡은 것은 그가 처음이다.
지난 11일 기자와 만난 김 총장은 “기술 경쟁이 치열한 반도체업계에서는 선배들의 지식·노하우 전수가 곧 경쟁력”이라며 “임원 출신 전문교수들이 정년 없이 근무하며 경험과 노하우를 전달하는 게 SKHU의 강점”이라고 했다.
SKHU가 다루는 과목은 대부분 SK하이닉스 반도체 직무 분야별로 특화된 과목이다. 일반 대학이 반도체 전반에 대해 수업한다면 SKHU는 메모리 반도체에 특화한 과정을 운영한다. SK하이닉스의 노하우를 다뤄 더 실전지향적인 수업이다. 특정 교육과정을 이수한 직원은 일종의 ‘교육 인증’을 받아 사내에서 전문가로 인정받을 수 있다.
김 총장은 “반도체 설계, 웨이퍼 가공 및 세정까지 세세하게 교육과정이 나뉘어져 있다”며 “수업 수준이 상당히 높고 평가도 깐깐해 스파르타식이라는 말을 종종 듣는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어 “수강 신청도 일반 대학과 비슷해 인기 수업에는 수강생이 한꺼번에 몰리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좋은 수업에는 좋은 강사가 필요하다. SKHU 소속 강사는 대부분 전·현직 엔지니어로 구성됐다. 현업을 떠나 교육에 매진하는 시니어급 강사부터 현업 종사 중 잠시 강사로 변신한 인력까지 그 수만 6000명 이상이다. 김 총장은 “강사 인력 풀을 넓혀 강좌를 더 보완할 계획”이라며 “시니어급 강사들도 현업에서 쌓은 지식을 후배들에게 전달해줄 수 있어 무척 만족해하고 있다”고 했다.
김 총장도 SK하이닉스 곳곳을 누빈 베테랑 엔지니어다. SK하이닉스 전신인 현대전자 시절부터 D램 개발을 맡았고, 최신 그래픽카드에 쓰이는 TSV HBM 기술도 그의 손을 거쳤다. 30년 넘게 메모리 반도체에 종사해온 그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묻자 “16Mb 램 생산으로 일본의 기술력을 넘어섰을 때”를 꼽았다.
“1980년대엔 일본 도시바가 업계 부동의 1위였습니다. 따라잡을 수 없을 것만 같았습니다. 그때 한국 기업의 목표는 일본을 넘어 1위가 되는 것이어서 어찌 보면 목표가 단순했죠. 지금 우리 기업의 목표는 스스로를 넘어서는 겁니다. 기술의 벽에도 도전해야 하고요. 지식의 전수와 발전을 맡은 SKHU의 역할이 무척 중요해진 이유입니다.”
SKHU에 자체 연구 조직을 갖춰 연구 기능을 확대하겠다는 게 김 총장의 목표다. 단기 연구과제 대신 일반 대학처럼 중장기적인 연구를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일반 대학과도 반도체 인재 양성을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김 총장은 “올해 하반기부터는 ‘반도체 인력난 해소’를 위해 주요 대학 반도체 관련 전공 3~4학년생을 대상으로 반도체 교육을 해 예비 반도체 인재를 육성하는 데 기여하겠다”며 “외연 확장을 통해 반도체 생태계 조성과 반도체 인재 육성의 거점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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