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밭에 보관한 씨앗까지 다 타…평범한 일상 돌아갈 수 있을지"

입력 2022-03-14 17:28   수정 2022-03-22 15:15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정부의 피해보상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습니다.”(경북 울진군 호월1리 주민 김무하 씨)

산림당국이 경북 울진·강원 삼척 산불 주불 진화를 선언하기 하루 전인 12일 오전 11시30분. 울진군 북면에 있는 덕구온천호텔 1층 로비는 어두운 표정의 이재민으로 북적였다.

이곳은 지난 4일 발생한 산불로 생계 기반을 잃은 지역 주민의 임시 거주시설로 운영되고 있다. 울진국민체육센터에 대피했던 이재민 중 117명이 이곳에서 머무르게 됐다.

임시 주거시설에 모인 이재민은 점심식사 시간 내내 먹고살 걱정을 토로했다. 호월1리에 사는 김선녀 씨(64)는 “개 한 마리, 닭 한 마리만 빼고 염소 10마리를 포함해 기르던 가축이 모두 불에 탔다”고 말했다. 소곡1리에서 양봉업을 하는 손미옥 씨(72)는 “양봉장 330㎡가 다 타고 정성 들여 지은 새 집도 소실됐다”고 했다. 고추와 배추 농사를 짓고 있는 80대 남모씨는 “신분증만 겨우 가지고 나왔다”며 “집뿐 아니라 밭과 보관하고 있던 씨앗까지 다 타버렸다”고 설명했다.

이재민들은 “정부의 추가 지원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울진군산불이재민피해대책위원회 임시위원장 장도영 씨(72)는 “정부가 최대 1600만원을 지원하겠다고 하는데, 생계 기반을 잃은 마당에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라며 “8840만원까지 복구자금을 대출해 준다고 하지만 대부분 노인이어서 갚을 여력이 안 된다”고 말했다.

산불로 인한 농가 피해를 복구하는 데는 많은 비용과 시간이 들 전망이다. 지난해 전국 송이버섯 채취량 10만2193㎏의 약 10%를 생산한 울진과 영덕은 올해 송이버섯 농사의 최대 피해지가 됐다. 주민들은 “산불이 나면 임산물이 파괴돼 거의 30년간은 송이가 안 난다고 봐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정부는 산불 진화를 위해 꾸렸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지난 13일 중앙수습복구지원본부로 전환했다. 화재 잔재물을 처리하는 등 응급 복구를 통해 하루 빨리 농민이 농사를 재개할 수 있게 도울 계획이다. 정부 차원의 산불피해 복구 계획은 다음달 초 수립한다는 목표다.

울진=최세영/정지은 기자 seyeong202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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