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커 모으려 빵 산다…한정판에 꽂힌 2030

입력 2022-03-14 17:33   수정 2022-03-15 00:45

편의점발(發) ‘띠부실’ 열풍이 거세다. 띠부실은 ‘떼었다 붙였다’는 의미의 줄임말에 봉투 등에 붙이는 ‘실(seal)’을 합성한 말인데, 빵에 동봉된 스티커의 총칭이다. 포켓몬빵에 이어 최근엔 TV 드라마 속 여주인공인 나희도가 빵과 함께 들어 있는 스티커를 광적으로 모으면서 ‘희도빵’까지 유행할 조짐이다. ‘배보다 배꼽’을 선호하는 MZ세대의 소비 현상을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은 14일 희도빵이라 불리는 자체 브랜드(PB) 빵 제품의 판매량이 급증했다고 밝혔다. 해당 빵은 ‘브레다움’이다. 드라마에 제품이 노출된 뒤 1주일간(이달 7~13일) 매출이 전주 대비 세 배가량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띠부실이 들어 있는 브레다움 세 품목이 세븐일레븐 전체 빵 매출 순위에서도 포켓몬빵에 이어 2~4위를 차지했다.

띠부실의 인기에 대해 편의점업계 관계자는 “20여 년 전의 추억을 회상하는 ‘키덜트’들의 신종 놀이 문화”라고 해석했다. 드라마 속 희도빵이 등장하는 시기는 1998년이다. 외환위기가 휩쓸고 지나간 한국은 미래에 대한 희망보다 현재의 행복이 중요할 수밖에 없는 때였다. 당시 초등학생들은 국진이빵, 포켓몬빵의 띠부실에 열광했다.

마케팅 전문가들은 MZ세대의 끝자락에 있는 밀레니얼 세대의 회상 놀이라고 치부하기엔 띠부실 열풍의 확장성이 꽤 크다고 지적했다. 10대와 20대까지 나서서 스티커를 수집하는 현상과 관련, 설득력 있는 설명 중 하나는 한정판에 대한 집착이다. 나이키 운동화의 수집 욕구와도 비슷하다는 것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세계에 몇 족 안 되는 나이키 제품은 발을 보호한다는 신발의 본원적 가치가 아니라 나이키 수집광이라면 누구나 원하는 교환 품목으로서 가치를 인정받는다”고 말했다. 실제 희귀 띠부실은 당근마켓 같은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한 장에 2만~5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MZ세대에게 일상이 돼버린 게임 문화도 띠부실 열풍과 연관이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스티커에 그려진 캐릭터들의 ‘세계관’ 혹은 ‘스토리’를 공유하는 이들끼리 경쟁적으로 띠부실을 수집하고 있다는 얘기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한정판 마케팅은 요즘 기업들이 소비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주요 전략 중 하나”라며 “복제 불가능한 유일한 원본으로 불리는 NFT(대체불가능토큰)가 각종 이벤트의 단골 경품이 되고 있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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