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네이버’를 이끌 최수연호(號)가 닻을 올렸다. 시가총액 54조원을 오르내리는 거대 인터넷 기업을 맡은 만 41세의 젊은 리더십이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기업문화 개선, 글로벌 사업 강화 등 산적한 과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가 시장의 관심사다. 창업자 이해진 글로벌최고투자책임자(GIO)와 한성숙 전 대표는 해외 사업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내정 후 400명 직접 만난 최수연
네이버는 14일 정기 주주총회 및 이사회를 통해 최수연 최고경영자(CEO·사진)를 신규 선임했다. 최 대표는 이날 주주총회에서 “다양한 사업 영역의 성장 속도를 높이는 것은 물론, 사업 간 융합을 실험해 신사업을 만들고 시장가치로 보답하겠다”고 말했다.최 대표는 1981년생으로 ‘문무’를 겸비한 차세대 리더라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서울대 공대를 나와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미국 하버드대 로스쿨 등에서 공부했다. 법무법인 율촌에서 근무했고 2019년 네이버에 합류했다. 이후 글로벌사업지원부 책임리더를 맡으며 이해진 GIO와 함께 글로벌 투자 사업에 집중했다. 홍보업무를 맡았던 경험을 바탕으로 ‘소통’에 능하다는 평을 듣는다.
최 대표가 가장 시급하게 처리해야 할 과제는 기업문화 개선이다. 네이버 리더십이 교체된 직접적 계기는 지난해 5월 직장 내 괴롭힘으로 네이버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이다. 2023년까지 임기가 보장됐던 한성숙 전 대표가 사임 의사를 밝혔고, 최 대표가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됐다. 최 대표는 대표 자리에 내정된 뒤 지난 3개월 동안 직원 400여 명을 직접 만나 네이버 조직 구조의 문제점과 해결 방법을 모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대표는 “제가 CEO로 선임된 것은 훨씬 큰 도전을 해달라는 주문을 받은 것”이라며 “도약을 위해 신뢰와 자율성에 기반한 네이버만의 기업문화를 회복하는 것을 당면 과제로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사업에도 힘을 쏟을 전망이다. 최근 네이버는 글로벌 사업 확장에 주력하고 있다. 네이버 글로벌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가 이달 누적 가입자 3억 명을 돌파했다. 최 대표는 글로벌사업지원부 경험을 바탕으로 확장 속도를 더욱 높일 계획이다.
해외 사업 끌고 갈 이해진·한성숙
이해진 GIO는 맡고 있는 일본, 프랑스 사업 확장에 더욱 집중할 계획이다. 이 GIO는 현재 네이버와 소프트뱅크의 합작 회사 A홀딩스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A홀딩스는 라인과 야후재팬의 지주회사다. 또한 유럽에선 투자회사 코렐리아캐피탈을 설립해 네이버의 향후 경영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스타트업을 발굴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한 전 대표는 유럽 e커머스 사업을 맡을 전망이다. 네이버는 작년에 투자한 스페인 중고거래 플랫폼 ‘왈라팝’과 새롭게 출시하는 스페인 스마트스토어를 통해 유럽 시장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한 전 대표는 유럽으로 직접 넘어가 이 사업을 진두지휘할 예정이다. 정보기술(IT) 업계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이해진 창업자와 함께한 1세대 경영진을 최초로 다음 세대에게 넘기는 리더십 세대교체로 평가된다”며 “기존 1세대 리더들도 네이버에 남아 다음 세대 양성을 위해 다양한 일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민기/이소현/김주완 기자 koo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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