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부 어쩔까…민주당서도 "개편해야"vs"폐지 안돼"

입력 2022-03-14 20:05   수정 2022-03-14 20:39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약속한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을 두고 민주당 지도부도 대응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여가부를 비롯한 정부 조직개편 문제가 향후 윤석열 정부와 172석 야당과의 관계를 설정할 첫 시험대가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오면서다. 향후 여소야대 정국의 분위기가 '협치'가 될지 '견제'가 될지 예상해볼 수 있는 가늠자가 '여가부 폐지' 이슈가 될 것이란 관측이다.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이재명 전 경기지사는 지난해 '여가부 확대 재편'을 언급한 적 있고, 당 일각에서도 "어느 정도는 유연성을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반면 "윤석열 당선인은 여가부 폐지 공약을 폐기해야 한다(박지현 민주당 공동 비대위원장)"는 의견도 적지 않다. 2030 여성이 민주당의 새로운 지지층으로 부각되면서 이들의 비토 정서가 큰 여가부 폐지 문제를 민주당이 주장하긴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윤호중 민주당 비대위원장은 14일 회의에서 “여성의 불평등 해소 문제는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수호하는 과제”라며 “새 정부 인수위가 어떤 의견을 가졌는지 결과를 보고 우리 입장을 정리하겠다”고 말했다. 차기 정부의 정확한 방향을 보고 입장을 정하겠다는 뜻으로, 현재 상태에선 여가부 폐지냐 개편이냐를 두고 뚜렷한 답을 하지 않는 모습이다. 여가부를 없애려면 정부조직법을 개정해야 하는데, 만약 172석을 가진 민주당이 ‘여가부 폐지 반대’ 입장을 낸다면 윤석열 정부의 '첫 걸음'이 순조롭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n번방 사건을 공론화한 ‘추적단 불꽃’ 출신인 박지현 위원장은 전날 '윤 당선인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나'는 기자의 질문에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을 폐지해야 한다"고 답했다. 민주당 소속 서영교 행안위원장은 이날 상임위원장 및 간사단 연석회의에서 "윤 당선인이 여가부 폐지를 한 줄 공약으로 내세웠는데 여성에 대한 인식이 제대로 돼 있지 않다. 마초적 냄새를 풍기는 대목"이라고 비판했다. 서 위원장은 "여가부 존재를 제대로 들여다볼 것을 촉구한다. 여가부 예산의 60%는 가족 돌봄 정책에, 20%는 청소년 보호 사업에 사용되며 여성과 성평등 관련 예산은 약 8%"라고 했다.

이번 대선에서 20대 여성이 이재명 후보에 표를 몰아준만큼 이들의 '표심'에 부응하기 위해서라도 여가부 폐지에 강경대응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안민석 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 글에서 "윤석열 인수위의 여가부 폐지는 대책 없는 막가파식 일방통행의 시작"이라면서 "여가부 폐지를 민주당은 국민 이름으로 수용할 수 없다"면서 명확한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반면 여성 정책 기능이 유지된다면 확대 개편하는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채이배 비대위원은 이날 라디오에서 '양성평등위원회 같은 것을 새로 만든다면 여가부 폐지는 수용할 수도 있느냐'는 물음에 "그 정도는 유연성을 가져야 한다"면서 "부처의 이름이나 이런 것들에는 너무 얽매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노웅래 민주당 의원도 라디오에서 "국민의힘 폐지 입장도 여가부 기능이나 역할 자체를 없애겠다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라며 "우리도 여가부가 지금 기능대로는 안 된다고 했고, 다른 이름으로 개편하려고 하지 않았냐"고 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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