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4일 "앞으로 대통령실 업무에서 사정, 정보조사 기능을 철저히 배제하고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민정수석실 폐지는 윤 당선인의 대선 공약 중 하나다. 윤 당선인은 그동안 여러 차례 청와대 민정수석실 폐지를 언급한 적 있다.
윤 당선인은 이날 청와대 민정수석실을 없애겠다고 밝히면서 "과거 사정기관을 장악한 민정수석실은 합법을 가장해 정적, 정치적 반대 세력을 통제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고, 세평 검증을 위장해 국민 신상 털기와 뒷조사를 벌여왔는데, 이런 잔재를 청산하겠다"고 말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감찰과 인사 검증, 공직기강 등을 담당하며 대통령을 보좌하는 핵심 업무를 담당해온 조직이다. 김대중 정부가 출범한 1997년 말 폐지됐다가 1999년 부활했다. 윤 당선인이 민정수석실을 없앤다면 23년만의 폐지다. 은밀한 사정 정보와 수사 동향, 각종 비리 첩보를 다루면서 막강한 권한을 행사해왔지만 종종 권력을 제어하지 못해 오명을 남기기도 했다. 여러 차례 불법 사찰과 표적 감찰 논란에 휩싸인 게 대표적이다.
윤 당선자는 이날 "사직동팀은 있을 수 없다"며 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 해체된 '사직동팀'도 언급했다. 사직동팀은 김대중 정부 초기에 민정수석실이 폐지됐을 때 법무비서관 지휘를 받아 청와대 하명 수사와 친인척 관리, 첩보수집 등을 전담했던 조직이다. 불법 사찰 논란에 휩싸인 후 2000년 10월 김대중 정부에서 해체됐다.
사직동팀 해체 뒤 2002년 신설된 청와대 민정수석실 내 특별감찰반이 관련 기능을 이어받았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민정수석실 소속 비서관들이 민간인 불법 사찰 폭로자에 대해 입막음을 시도한 사실이 확인돼 논란이 됐다. 박근혜 청와대의 우병우 전 민정수석은 국가정보원 등을 동원해 공무원과 민간인에 대해 불법 사찰을 한 혐의 등으로 구속됐다. 두 정부 모두 민정수석은 전직 검사들이었다.
현 정부에서도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의 불법사찰 논란, 울산시장 하명 수사 의혹,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 등이 불거졌다. 현 정부 민정수석들 역시 연이어 큰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조국 전 민정수석은 법무부장관으로 내정된 뒤 자녀의 대학입시 특혜 의혹 등이 불거졌고, 김조원 전 민정수석은 청와대 참모 1주택 보유 권고에도 2주택을 유지하다가 교체됐다. 김진국 전 민정수석은 아들의 부적절한 입사지원서 논란이 불거지면서 사퇴했다.
윤 당선인은 검사 시절 청와대가 민정수석실을 통해 검찰 인사 및 수사에 개입하는 것을 목격하면서 민정수석실에 대해 부정적인 감정을 갖게 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윤 당선인은 조국 전 민정수석에 대한 수사를 직접 지휘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민정수석실 도움 없이도 검찰을 통제할 수 있다는 윤 당선인의 자신감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검찰 출신인 윤 당선인은 민정수석실 같은 조직이 없어도 검찰 내부를 잘 알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에서 특별감찰관제는 부활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별감찰관제는 대통령 배우자와 4촌 이내 친·인척, 청와대 수석비서관 이상 고위공무원 등의 비위를 상시 감찰하는 제도다. 2014년 도입됐지만 2015년 8월 이석수 초대 특별감찰관이 우병우 당시 민정수석을 조사하다 물러난 뒤 공석이 됐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