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에 묻어두면 6개월 내 분해되는 친환경 생분해 플라스틱은 주로 비닐, 일회용 컵·그릇 등에 쓰일 뿐 아직 일상에 널리 쓰이지 못하고 있다. 환경오염 우려에도 아직 기존 플라스틱 시장을 대체하지 못한 이유는 열에 약하고 내구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국내 최대 친환경 플라스틱용 원료 공급기업인 그린바이오는 세계 최초로 옥수수 전분을 발포시켜 플라스틱을 만드는 제조 기술을 개발해 이러한 한계를 극복했다. 이 회사 제품은 최대 섭씨 260도까지 견뎌 전자레인지 용기로 써도 되고 자동차범퍼 소재로 활용될 정도로 인장강도가 높다. 현재 삼성물산 롯데 농협 스타벅스 등 대기업에 친환경 비닐과 용기를 납품하고 있는 이 회사는 최근 말레이시아로부터 10년간 3조원 규모의 수주 계약을 따내 올해부터 매출이 기하급수적으로 늘 전망이다.
국내 플라스틱 생산 규모는 연간 56조원인데 비해 생분해 친환경 플라스틱 시장은 8000억 원에 불과하다. 아직 친환경 플라스틱 시장이 대중화되지 못한 것은 대부분 제품의 내열 온도가 최대 90도에 불과해 전자레인지에 돌리면 조직이 흐물흐물해지기 때문이다. 작은 충격에도 찢어지는 등 인장 강도가 약한 것도 문제다. 하지만 그린바이오가 특허 기술로 만든 친환경 플라스틱은 내열 온도가 3배 가까이 높아져 주방 용기로 활용이 가능하고 인장강도도 50%이상 높아져 자동차 부품 소재로 활용할 수 있다. 기존 친환경플라스틱의 원료인 PLA보다 훨씬 구하기 쉬운 옥수수 전분이 주원료라 가격도 기존 제품 대비 절반 수준에 불과하고 생분해 속도도 기존 6개월에서 2주로 대폭 단축됐다. 성능과 경제성, 환경 등 ‘세 마리 토끼’를 다 잡은 것이다.
이 회사 기술에 놀란 국내외 대기업들은 경쟁적으로 이 회사와 공동 연구개발(R&D)을 타진하고 있다. 구글은 전 세계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 확산과 관련해 성장성이 높아지는 생분해 시장 투자를 위해 이 회사와 업무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양사와는 차세대 생분해 비닐 소재를 개발하기위해 협력하고 있다. 또 화승케미칼과 친환경 신발을 공동개발하고 있다. 애경에이텍과는 친환경 칫솔, 편의점업계와는 친환경 용기에 대한 공동 R&D도 추진 중이다.
그린바이오는 내년부터 2032년까지 10년간 매년 2000억 원씩 생분해 컴파운드를 독점 공금하기로 했다. 올해부터는 이를 생산하기 위한 800억원 규모의 생산설비 수출도 시작된다. 8000억 원 이상 규모의 생분해 원재료 생산공장 2곳 건설사업도 수주해 내년 착공에 들어간다. 한상훈 그린바이오 대표는 “사실상 말레이시아 친환경 플라스틱 공급을 그린바이오가 책임지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작년 4월엔 리먼브러더스, 삼성전자, CJ그룹 경력의 전략통인 한상훈 대표가 대규모 외부 투자자유치와 함께 경영권을 가져오면서 친환경 기술 상업화와 대량 생산을 이끌고 있다. 2024년 코스닥 상장도 준비하고 있다. 한 대표는 “작년 매출은 100억 원이었지만 올해는 이미 5배인 500억 원의 매출처를 확보했고 내년엔 2000억 원을 확보한 상황”이라며 “궁극적으로 스마트폰 케이스부터 자동차 대시보드까지 50조원 규모인 플라스틱 소비재·산업재시장을 모두 친환경 소재로 대체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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