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청와대 이전을 추진하는 첫번째 이유로 '국민과의 소통'을 꼽았다. 구중궁궐이라는 '오명'을 가지고 있는 청와대에서 벗어나 국민과 더 물리적으로 가까운 거리에 집무실을 만들면 국민과의 소통도 더 원활해 질거란 것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탈권위의 의지를 보이는 윤 당선인의 의지에 대해서는 높이 평가하면서도, 집무실 이전이 자동적으로 소통을 강화시키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을 내놨다. 결국 국민 소통에는 장소가 아니라 대통령의 소통 의지와 방식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특히 한 목소리로 "언론과 야당을 만나려는 의지"를 강조했다.
이준한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열면서 권위주의를 깨고 청와대 조직도 좀 위상을 축소시켜서 책임총리·책임장관제를 해보려는 생각이 있는 것 같다"면서도 "공간을 옮긴다고 해서 곧바로 국민과의 소통이 원활해진다는 의미는 아닐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윤 당선인이 어제 남대문 시장을 찾았는데, 앞으로도 일회성이 아니라 이런 종류의 자리가 많아져야 한다"며 "기자회견을 많이열고, 비판적인 언론사 인사들과도 만나고, 야당 인사들과도 많이 만나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결국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겠다는 의지를 보여줘야 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집무실 이전으로 좀더 효율적으로 일할 수는 있어도, 제왕적 대통령제가 당장 없어지는건 아니다"라며 "결국 중요한 건 대통령의 소통 의지"라고 말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은 초반 집무실 이전도 추진했고, 문제가 있으면 퇴근길에 시민들과 만나서 막걸리라도 한다고 했지만, 결국에는 기자회견 수, 언론 브리핑 수 등을 보면 가장 소통하지 않는 대통령이 됐다"며 "윤 당선인이 진짜 소통을 바란다면 국민들하고 직접만나고, 기자들과 자주 만나서 본인의 입장 밝히겠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윤 당선인은 문 대통령과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주려고 할 수 밖에 없다"며 "강력하게 공약해놓은 집무실 이전 공약을 문 대통령이 이행에 실패하면서 정치 신뢰를 떨어뜨렸는데, 똑같은 모습을 보이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들과 가까이 간다고 해서 매일 한명씩 만날수 있는 문제도 아니라서, 소통을 위해서는 결국 언론인을 더 자주 만나고, 기자회견도 더 자주 여는 등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했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초빙교수는 "문재인 정부 차별성 부각 시키려고 하는 것"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은 광화문 대통령 얘기했다 포기했는 윤 당선인은 '나는 다르다'라고 말하면서 약속한 얘기 지켜가며 믿음직한 모습을 보이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소통은 거리의 문제가 아니라 방식과 의지의 문제"라며 "언론 브리핑을 직접하거나, 여당 야당 양측과 더 자주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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