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가 외화 자산 규모를 늘린 건 국제 금리가 상승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2016년 이후 보험사의 외화 유가증권 규모는 하락세였으나 지난해 상승 전환했다. 금리가 오르면 부동산 등 위험 자산에 투자하지 않더라도 해외 채권 투자 등을 통해 충분한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 내년 새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K-ICS) 도입을 앞두고 있다는 것도 작용했다. 자산과 부채의 듀레이션 갭(만기 차이)을 줄이기 위해 장기 외화 채권에 투자하는 사례가 많다는 설명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해외 투자를 할 때 환율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통화 상품 스와프 등을 통해 환헤지를 하기 때문에 평가 손실은 일어나지 않는다”면서도 “환율이 오르면 헤지를 위해 사들인 통화 관련 파생상품의 손실이 커질 수 있고, 환헤지 비용이 늘어날 수 있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다만 환헤지를 하지 않은 경우 달러 자산의 원화 평가액이 늘어나 이득을 보고 있다는 설명이다. 예를 들어 원 달러 환율이 1100원대일 때 매입한 외화 유가증권이 환율이 1200원대로 오르면 환 평가 이익이 함께 증가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에는 오히려 환율이 지금 보다 떨어질 경우 평가 손실 리스크에 노출 될 수 있다.
보험사들은 감내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환율이 지금보다 더 오를 경우에는 부담이 불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대형 보험사는 해외 투자 담당 부서 등을 중심으로 자체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내부적으로는 원·달러 환율이 1250원이 넘을 경우 대응해야 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일각에서 1300원대 환율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어 예의 주시 중”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아직까지 환율 상승에 따른 대응 방안 및 지침을 내리지는 않은 상황이다. 다만 보험사가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자체적으로 해외 투자를 줄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 얘기다. 한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그렇지 않아도 커진데다, 회계 기준 변경과 환율 리스크까지 더해진 상황”이라며 “보험사가 외화 채권 등의 규모를 줄이고 안정적인 원화 채권 중심으로 투자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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