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F 징계' 엇갈린 판결에 당국도 혼란

입력 2022-03-15 17:35   수정 2022-03-16 10:14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로 중징계를 받은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부회장 징계 취소 소송에서 법원이 금융당국의 제재가 적법하다고 판결하자 하나금융은 물론 금융당국의 고민도 깊어지게 됐다. 같은 이유로 중징계를 받고 취소 소송을 낸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지난해 8월 1심에서 승소 판결을 받아든 것과 정반대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손 회장 관련 재판에서 패소한 뒤 비슷한 펀드 사고에 대한 제재를 일단 보류해왔던 금융당국은 향후 행보를 정하기 더 어렵게 됐다.


15일 함 부회장의 중징계 취소 소송을 담당한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부장판사 김순열)의 판결문을 보면 재판부는 그가 행장 시절 하나은행이 DLF를 판매하는 과정에서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상 ‘내부통제 마련 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지배구조법과 하위규범들이 예정하고 있는 내부통제의 최종 책임자가 은행장임이 명백하다”며 “제재 조치는 적법하다”고 적시했다.

이는 지난해 8월 손 회장의 손을 들어준 재판부가 “현행법은 내부통제 규범을 마련하라고 돼 있을 뿐 이를 준수할 의무까지 규정하고 있지 않다”며 “은행이 내부통제 규범을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임직원을 제재할 근거는 없다”고 한 것과 정면 배치된다. 같은 법을 두고 법원이 다른 해석을 내놓은 것이다.

특히 핵심 쟁점인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 기준 마련 의무에 대한 판단이 갈렸다. 법원은 손 회장 사건에 대해서는 “핵심 내용이 들어간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했다면 의무는 지킨 것이고, 운영상 미흡은 의무 위반은 아니다”고 판단했지만 이번에는 “형식적으로 기준을 마련했더라도 껍데기만 남아 (기능상) 실효성이 없다면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봤다. 법조계 관계자는 “재판부가 내부통제 기준의 ‘실효성’을 넓게 해석하고 ‘운영상 문제’를 마련 의무의 위반 근거로 본 것은 논란이 생길 수 있는 판결”이라고 했다.

경영진에 대한 직접 제재에 신중한 분위기로 돌아선 금융당국도 다시 고민에 빠졌다.

실제 금융위원회는 그동안 각종 펀드 사태와 관련해 지배구조법 위반 혐의에 따른 제재 처분은 의결을 보류해왔다. 손 회장에 이어 함 부회장까지 승소했다면 관련 제재 수위가 낮춰질 가능성도 크게 점쳐졌다. 하지만 두 재판의 1심 결과가 엇갈리게 되면서 금융당국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현행법대로 임직원 징계를 강행했다가 향후 판결이 뒤집히면 무리한 제재에 대한 논란이 다시 커질 수 있고, 보다 명확한 법원 판단을 위해 2심과 대법원 판결까지 기다리면 관련 제재와 소비자 보호가 지나치게 지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2심 결론까지 지켜볼지 등은 판결 내용을 면밀히 비교 검토한 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차기 회장으로 함 부회장을 내정해둔 하나금융은 일단 예정대로 이달 25일 주주총회에서 회장 선임 절차를 진행할 전망이다. 정부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은 이사회와 주주 판단에 전적으로 결정을 맡긴다는 방침이다. 윤 당선인 측 관계자는 “무죄추정 원칙에 따라 절차대로 진행하면 되는 것 아니냐”며 “이사회와 주주가 판단할 문제이지 정부와 당국이 나설 문제는 아니다”고 말했다. 앞서 정은보 금융감독원장도 “하나금융 회장추천위원회가 (사법 리스크를) 모두 고려해 결정한 것”이라고 했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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