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이어 러도 밀 수출금지

입력 2022-03-15 17:59   수정 2022-03-31 00:01

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러시아가 자국의 식품 가격 급등을 막기 위해 오는 6월 말까지 카자흐스탄 등 인접국에 밀 보리 등 곡물 수출을 금지하기로 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불거진 세계 식량 위기가 더욱 확대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1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하일 미슈스틴 러시아 총리는 이날 곡물과 설탕 수출을 제한하는 정부 명령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러시아 기업 등은 올 6월 30일까지 유라시아경제연합국(EEU)에 밀 호밀 보리 옥수수 등을 수출할 수 없게 됐다. EEU는 러시아와 옛 소련 국가인 카자흐스탄 벨라루스 아르메니아 키르기스스탄 등이다. 설탕과 원당 수출도 올 8월 31일까지 금지했다.

러시아 정부는 앞서 수출업자가 허가를 받아 정해진 양의 곡물만 해외로 반출하는 곡물수출할당제를 도입했다. 자국 화폐인 루블화 가치 급락으로 식품 가격이 요동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하지만 EEU로의 곡물 수출은 빠르게 늘었다. 관세가 면제돼 할당제 영향을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러시아 정부가 EEU에 당분간 곡물 수출을 금지한 배경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세계 밀 생산량의 30%를 차지한다. 러시아의 수출 통제 등에 이날 미국 시카고선물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밀 선물 가격은 장중 부셸당 11.18달러까지 치솟았다. 세계식량농업기구는 우크라이나 전쟁 탓에 올해와 내년 중동 아프리카 등에서 기아 인구가 800만~1300만 명 늘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러시아 여당인 통합러시아당은 서방의 경제 제재에 따르는 자국 기업 등을 형사 처벌하는 내용의 법률 개정안도 마련하고 있다. 안드레이 투르착 통합 러시아당 사무총장은 타스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 정부 지분이 들어간 기업마저 자신들도 제재받을 수 있다는 이유로 (서방의) 제재 대상 은행이나 기업과의 거래를 거부하는 사례가 있다”며 “러시아에서 외국 제재를 따르는 것은 이를 지지한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러시아 정부는 러시아에서 철수한 서방 기업을 외부 경영진에 맡기고 필요하다면 국유화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러시아의 외화 유입 창구가 막혔지만 에너지회사 로즈네프트와 가스프롬은 각각 만기를 맞은 20억달러와 13억달러 규모의 달러 표시 채권을 상환했다. 일각에선 러시아의 외환 위기가 심각한 단계는 아니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에 대해 씨티는 “러시아가 국가 부도에 빠지면 기업의 달러 지급은 정치적으로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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