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부터 빌라까지 구축이 신축에 비해 높은 가격 방어력을 보이고 있다. 가격 부담이 큰 신축은 대출 규제 강화의 직격탄을 맞은 반면 구축은 재건축 등 정비 사업 기대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16일 한국부동산원 전국 주택 가격 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준공 10년 이하 아파트의 하락세가 이어졌다. 지난달 전국 아파트 매매가는 5년 이하가 전월 대비 0.20%, 5년 초과~10년 이하는 0.08% 각각 떨어졌다. 반면 준공 10년 초과 아파트는 같은 기간 모두 상승했다. 그중에서도 20년 초과 아파트의 상승폭이 0.04%로 가장 컸다.
연립주택(빌라)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신축은 하락세, 구축은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 지난달 전국 연립주택 매매가는 10년 이하가 전월 대비 0.06% 하락했지만, 10년 초과~20년 이하와 20년 초과는 각각 0.08% 상승했다.
최근 부동산 ‘거래절벽’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서울에서는 아파트와 연립주택 모두 가격이 떨어졌다. 다만 구축은 신축에 비해 작은 하락폭을 보였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는 5년 이하가 전월 대비 0.09%, 5년 초과~10년 이하가 0.15%, 10년 초과~15년 이하가 0.09% 떨어졌다. 하지만 20년 초과 아파트의 매매 가격 변동률은 -0.07%에 그쳤다.
같은 기간 10년 이하 서울 연립주택은 0.12% 하락했으나 10년 초과~20년 이하와 20년 초과는 각각 0.03%, 0.04% 떨어져 큰 격차를 보였다.
같은 지역 내에서도 준공 연도에 따라 상승폭에 크게 차이 나는 경우가 나오고 있다. 강남구 논현동 ‘신동아 파밀리에’(1997년 준공) 전용 114㎡는 지난달 4일 22억9000만원에 손바뀜했다. 지난해 2월 20억원에 거래된 데 비해 1년 새 약 3억원 오른 셈이다. 반면 인근 ‘논현아이파크’(2020년 준공) 전용 47㎡는 같은 달 10억원에 매매됐다. 종전 최고가 13억3000만원(2020년 12월)에 비해 3억3000만원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규제 완화로 재건축 등 정비 사업이 활성될 것이라는 기대가 작용한 결과라고 입을 모았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최근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자 신축 아파트 상승세가 주춤하고 있다”며 “반면 구축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풀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고 말했다.
재개발 활성화 기대로 단독주택 매매 가격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와 연립주택 가격 변동률은 각각 -0.08%, -0.07%였지만 단독주택은 0.26% 상승했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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