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 없는 호황을 누리는 와인 시장을 둘러싸고 유통업계가 총력전에 나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집에서 술을 마시는 20~30대 '홈술족'이 늘면서 관련 수요 잡기에 돌입한 모습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유통공룡' 롯데그룹 계열사들은 앞다퉈 와인 관련 전문점을 선보이고 있다.
롯데쇼핑 소속 롯데마트는 잠실점을 새단장한 미래형 매장인 제타플렉스를 통해 지난해 12월 국내 최대 규모 와인 전문숍 '보틀벙커'를 선보였다. 국내에서 구하기 어려운 위스키 등을 판매한다는 소식에 매장 개점 전부터 대기열이 늘어서는 '오픈런' 현상까지 빚어졌다. 롯데마트가 전체 매장 1층 면적의 70%를 보틀벙커에 할애한 승부수가 통한 것. 그 결과, 보틀벙커는 개점 사흘 만에 6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특히 20~30대 소비자가 전체의 53%를 차지하며 오프라인 매장으로 MZ(밀레니얼+Z)세대를 이끄는 유인책 역할을 톡톡히 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개점일(작년 12월23일)부터 이달 14일까지 보틀벙커의 주류 매출은 과거 잠실점의 전년 동기 주류 매출과 비교해 4배 수준으로 뛰었다. 방문객수도 2.5배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롯데쇼핑은 오는 23일 열리는 주주총회에 주류소매업, 일반음식점업, 전자금융업을 사업 목적에 추가하는 정관 변경 안건을 올리기로 했다. 보틀벙커를 비롯한 관련 사업 확대 의지가 엿보인다.
식품 헤드쿼터의 롯데칠성음료도 와인 복합공간 마련에 나섰다. 와인 수입 사업을 운영 중인 롯데칠성이 오는 27일 서울 신용산에 '오비노미오'를 직접 운영한다는 것. 오비노미오는 인근 식당과 연계한 마케팅 등을 구상 중이다.
또 다른 유통 대기업집단 신세계그룹 역시 와인에 진심이다. 계열사(신세계L&B)가 국내 와인수입 규모 1위에 올라선 데 이어 아예 또 다른 계열사(신세계프라퍼티)를 통해 미국 캘리포니아 나파밸리의 고급 와이너리를 인수했다. 국내 유통 대기업이 미국 현지 와이너리를 인수한 첫 사례다.
신세계프라퍼티는 지난달 미국 소재 자회사를 통해 나파밸리 와이너리 '셰이퍼 빈야드'를 2억5000만달러(약 3083억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인수 배경에 대해 프라퍼티측은 부동산 포트폴리오의 다각화를 제시했으나 업계 안팎에선 와인 사업 경쟁력 강화 요인을 위한 포석에 무게를 둔다. 와인 마니아인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주도한 인수·합병(M&A)란 점도 점도 이같은 분석을 뒷받침하는 요인이다.
코로나19 사태로 '동네 주막'이 된 편의점도 와인 경쟁력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CU, GS리테일, 세븐일레븐, 이마트24 등 주요 편의점이 모두 자체 특화 매장을 확대하는 추세다. 일례로 GS25는 주류특화형 매장을 전국으로 확대하며 전주에 고급와인 등 1000여 종의 주류를 만나볼 수 있는 플래그십 매장도 선보였다.
또한 편의점들은 주류 어플리케이션(앱)을 활용해 온라인으로 주류를 주문하고 매장에서 받는 온·오프라인 연계 할인 마케팅 등을 쏟아내고 있다. CU, 이마트24 등은 대형마트에서 먼저 선보인 자체브랜드(PB) 와인도 선보였다.
전 유통가가 와인 시장에 주목하는 이유는 코로나19 사태로 관련 시장이 고성장했기 때문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와인 수입액은 6억달러에 육박한 5억5980만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보다 69% 급증한 수치다. 2018년 2억4400만달러에서 2019년 2억5926만달러로 늘어난 연간 와인 수입액은 2020년 3억달러(3억3002만달러)를 넘어섰고, 지난해 5억달러도 돌파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와인 경쟁력이 MZ세대 소비자의 집객력을 확보하는 한 요인이 됐다는 점에서 한동안 와인에 대한 업계의 관심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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