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과 영국 등 서방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겨냥해 추가 제재 조치를 내놨다. EU는 러시아산 철강 수입을 금지했고 역내에서 만들어진 사치품과 자동차를 러시아에 수출하지 않기로 했다. 영국은 러시아산 수입품에 고율의 추가 관세를 매기기로 했다.
러시아는 국제기구 유럽평의회를 자진 탈퇴하겠다며 대응에 나섰다. 이와 함께 조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해 미국 고위급 인사 13명의 러시아 입국도 금지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러시아와 서방 간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지는 모양새다.
EU는 석유 회사 로스네프트, 송유관 업체 트랜스네프트, 석유·가스 회사 가스프롬 네프트 등 러시아 국영 기업과의 모든 거래도 차단했다. 러시아 에너지 부문에 대한 신규 투자는 물론 에너지산업을 위한 장비, 기술, 서비스 수출도 제한하기로 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첼시 구단주 로만 아브라모비치, 콘스탄틴 에른스트 채널1 대표 등 러시아 개인 15명과 단체 아홉 곳은 추가로 제재 대상에 포함됐다. 영국은 러시아에 초고가 사치품 수출을 즉시 금지하고 러시아산 수입품 수백 개에 3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미국은 러시아의 침공을 도운 알렉산드로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과 그의 아내 할리나 루카셴코, 러시아 사법 당국 인사들을 제재 명단에 추가했다. 이들의 미국 내 자산이 동결되고 미국인과의 거래도 금지된다. 중립국 스위스는 자국 은행에 보관된 러시아인의 자산이 1500억~2000억스위스프랑(약 199조~265조원)으로 추산된다고 발표했다.
러시아는 서방 제재에 맞불을 놨다. 러시아 외무부는 이날 바이든 대통령과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로이드 오스틴 국방부 장관,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보좌관,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등 미 고위 인사 13명을 대상으로 입국 금지 조치를 내렸다.
러시아는 유럽평의회도 탈퇴하기로 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러시아와 유럽평의회의 대화가 단절된 책임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있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에서도 긍정적인 신호가 나오고 있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고문은 러시아가 제안한 중립국 모델에 대해 거부하면서도 독자적인 모델을 갖춘다면 제안을 받아들일 수 있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협상에) 근본적 모순이 있지만 합의 여지가 분명히 있다”며 “중립국화 모델은 오직 우크라이나식이 돼야 하고 법적으로 검증된 안전 보장이 있어야만 가능하다”고 밝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이날 새벽 공개한 화상 연설에서 “러시아와의 협상이 현실성을 띠고 있다”고 했다.
다만 실제로 휴전에 이를지는 불투명하다. 뉴욕타임스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5일 우크라이나에 진지한 협상 의지가 없다고 비판하는 등 러시아 측이 ‘엇갈린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미국 의회 화상연설에서 우크라이나의 영공 보호를 위한 추가적인 군사 지원과 제재를 촉구했다. 그는 “러시아군이 멈출 때까지 매주 새로운 제재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달 24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NATO 정상회의와 EU 정상회의에 참석해 유럽 정상들과 우크라이나 사태를 논의할 예정이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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