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S22 ‘게임 옵티마이징 서비스(GOS)’ 논란과 주가 부진 등으로 예민해진 주주들의 마음을 달래기 위해 뚜렷한 미래 비전을 내놓은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동안 시장에선 새로운 성장동력 부족을 삼성전자 주가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원인으로 꼽아왔다. 전장업체인 하만을 인수한 이후 이렇다 할 M&A 소식도 없어 경쟁 업체에 비해 미래 사업 대비에 소홀하다는 평가도 있었다. 한 부회장이 주총에서 로봇과 메타버스를 신성장 사업으로 꼽은 것도 이런 지적을 의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로봇은 삼성전자의 신성장동력 후보군으로 자주 거론되는 분야다. 2020년 말 조직개편에서 로봇사업화 태스크포스(TF)를 신설했다. 지난해 말에는 조직개편을 통해 로봇사업팀으로 격상시켰다.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1년여의 테스트를 마치고 본격적으로 로봇 사업에 뛰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부회장은 “다양한 영역에서 로봇 기술을 축적해 미래 세대가 ‘라이프 컴패니언’ 로봇을 경험할 수 있도록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메타버스 기기 출시도 머지않았다는 분석이다. 한 부회장은 지난달 말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2’ 전시장에서 한국 기자들과 만나 “메타버스 플랫폼 디바이스가 요즘의 화두로, 잘 준비하고 있으니 기대해 달라”고 말했다.
M&A 계획도 언급했다. 한 부회장은 “사업 영역이나 규모에 제한을 두지 않고 있으며 인공지능, 5G, 전장 등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는 다양한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M&A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경영진은 주주들의 송곳 질문에 진땀을 빼기도 했다. 한 주주가 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S22의 게임 성능을 강제로 저하하는 GOS 논란에 대해 사과할 의향이 있는지 묻자 한 부회장은 단상 앞으로 나와 90도로 고개를 숙였다. 그는 “고객 여러분의 마음을 처음부터 헤아리지 못한 점에 대해 다시 한번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노조를 비판하는 주주들도 눈에 띄었다. 한 주주는 “노조가 기본급 15% 인상 등을 요구하는데 귀족노조라는 인상을 주지 않기를 바란다”며 “노사 임금협상을 할 때 주주가치에 부합하는지 생각해달라”고 경영진에 주문했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러시아 시장 철수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한 부회장은 “현재 러시아에 제품 공급을 중단한 상태”라며 “사업에 끼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다양한 컨틴전시 플랜을 수립해 대처하겠다”고 답했다.
한편 이날 삼성전자는 주총 직후 이사회를 열고 사외이사인 김한조 전 하나금융공익재단 이사장을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했다.
수원=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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