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차기 정부 밑그림을 그릴 인선 결과를 발표하면서 ‘서울대 82학번 3인방’이 주목받고 있다. 16일 당선인 정책특보로 임명된 강석훈 전 청와대 경제수석과 인수위 핵심 멤버인 원희룡 기획위원장(전 제주지사), 최상목 경제1분과 간사(전 기획재정부 차관)가 주인공이다. 이들은 박근혜 정부 때 함께 호흡을 맞추다 탄핵 사태 후 뿔뿔이 흩어졌다. 이번 대선을 계기로 다시 손발을 맞추게 됐다. 윤석열표 경제정책(Y노믹스)의 윤곽도 이들 손을 거칠 가능성이 높다. 원 위원장과 최 간사는 서울대 법대, 강 특보는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이다.
강 특보를 이번 대선에 끌어들인 건 원 위원장이다. 강 특보는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 당시 ‘원희룡 캠프’에서 경제정책을 도왔다. 원 위원장이 경선에서 낙마한 뒤 평소 강 특보를 눈여겨본 윤 당선인이 직접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강 특보는 캠프 합류 직후 능력을 인정받아 윤 당선인의 정책과 메시지를 최종 조율하는 중책을 맡았다.
원 위원장도 강 특보에 이어 곧바로 윤석열 캠프에 합류했다. 당시 원 위원장이 택할 수 있는 여러 선택지가 있었지만, 본인이 강력하게 주장해 선거 정책을 총괄하는 정책본부장을 맡았다. 뒤늦게 합류한 원 위원장은 의욕이 넘쳤다. 이 과정에서 기존 정책팀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지난해 말 윤 당선인이 대선 공약으로 발표했던 증권거래세 폐지 공약을 한 달여 만에 “증권거래세는 현행으로 유지하고 주식양도세를 폐지한다”고 번복한 게 대표적이다. 당시 강 특보는 정책 일관성 등을 이유로 공약 번복에 반대했지만, 윤 당선인은 원 위원장의 손을 들어줬다. 선대본부에선 “강석훈이 동기인 원희룡한테 밀린 것 아니냐”는 얘기가 돌기도 했다. 하지만 윤 당선인이 정치인인 원 위원장보다는 경제 참모 성향이 강한 강 특보의 의견에 귀를 더 기울인다는 말도 있다.
최 간사는 선·후배 모피아(재무부+마피아)들이 인정하는 엘리트 경제 관료다. 그를 한번 기용해 본 경제 관료들은 “문제의 본질을 파고들어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으려 한다”고 입을 모은다. 관가에선 늘 ‘장관감’으로 거론됐지만 박근혜 정부에서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 터지면서 관직에서 밀려났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 이들 82학번 대학 동기들은 정부와 당에 중용될 전망이다. 현 인수위 직책을 고려하면 최 간사는 기재부 장관이나 금융위원장 하마평에 오르내린다. 윤 당선인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강 특보는 청와대 정책실장 후보로 거론된다. 당과 정부의 가교 역할을 하고 있는 원 위원장은 당권에 도전할 가능성과 장관으로 입각할 가능성이 동시에 열려 있다.
이들을 고루 중용하는 윤 당선인의 인사 스타일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경력이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골고루 들으면서 어느 한 사람에게 힘을 실어 주지 않는 게 윤 당선인의 특징 중 하나다. 윤 당선인 측 관계자는 “참모들이 서로 경쟁하도록 유도한 후 실력을 검증하는 게 윤 당선인의 인사 특징”이라며 “앞으로도 실력에 따른 발탁인사를 종종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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