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동 직전 전직 대통령 사면, 공공기관 알박기 인사, 민정수석 폐지 등을 둘러싼 잡음이 불거지더니 전격 연기라는 당혹스러운 결과에 이르렀다. 양측은 ‘실무 협의가 마무리되지 않았다’며 내주 개최를 전망했지만, 순조로운 정권 이양에 먹구름이 드리웠다. 김대중·노무현 회동이 선거 후 4일 만에 이뤄지는 등 역대 대통령과 당선인 간 만남은 열흘을 넘지 않았다.
덕담과 조언을 나누는 자리에서 당선인 측이 점령군처럼 무언가를 강권하는 방식은 물론 자제돼야 한다. 하지만 지금처럼 갈등이 고조되는 시점에선 ‘원만한 인수인계를 통한 국정 연속성 확보’가 최우선 목표라는 점에서 청와대의 전향적 접근이 절실하다. 문 대통령은 “차기 정부가 국정 공백 없이 출발할 수 있도록 협력하겠다”고 수차례 밝혔다. 이대로면 국정 공백이 불가피한 만큼 ‘성공적인 대한민국 5년’을 위해 후임 정부 의사를 존중하는 ‘지도자의 길’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양측 불협화음의 계기로 알려진 사안들을 따져 보면, 당선인 측 요구가 그리 과한 것도 아니다. 민정수석실 폐지만 해도 그렇다. 민정수석실 폐해를 언급한 데 대한 청와대의 불쾌감 표출은 과민반응이다. 문 정부 민정수석실이 하명수사 등에 연루된 점을 차치하더라도, 새 정부의 비서실 개편 구상을 물러나는 정부가 왈가왈부하는 자체가 부적절하다. 정권 말 ‘알박기 인사’도 마찬가지다. “임기 마지막 날까지 인사권이 있다”는 식의 형식논리는 수차례 천명한 ‘협조’가 빈말임을 보여주는 몽니로 비칠 수밖에 없다. 야당이 요청한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 문제 역시 임기 중 벌어진 일을 결자해지하는 차원에서 정치적 계산을 최소화하는 방식이 옳다.
최근 잦아진 청와대의 감정적 대응이 불안을 더한다. 앞서 대선 기간에는 ‘윤 후보가 정치보복을 시사했다’며 문 대통령이 격노하고 사과를 요구해 ‘선거중립 의무’ 위반 논란이 제기됐다. 패배한 대선의 소회를 밝히던 청와대 대변인이 감정에 복받쳐 브리핑을 중단하는 한심한 일도 벌어졌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하는 만큼, 청와대가 대승적 차원의 양보와 결단을 내리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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