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히려 일각에선 자성의 목소리를 ‘배신’으로 몰아붙이고 패배 책임을 정의당 등 남 탓으로 돌리는 구태마저 반복되고 있다. 민주당 5선 중진 이상민 의원이 지난 14일 “졌지만 잘 싸웠다는 얘기는 허언성세”라며 “내로남불, 위선, 오만, 독선 때문에 정권심판 여론이 깊고 넓게 퍼져 있었다”고 했을 때가 대표적이다. 김우영 선대위 대변인은 곧바로 “잊을 만하면 나타나 총구를 거꾸로 돌려 쏘는 작은 배신 반복자”라며 “이상민 축출하라”고 공격했다.
국민 대부분은 이번 대선 결과를 국민의힘의 승리라기보다 민주당의 패배로 본다. 국민의힘이 잘해서가 아니라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의 독선과 오만, 내로남불을 심판하고 견제하기 위해 정권교체를 택한 국민이 많다.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은 막무가내식 부동산 정책으로 집값을 천정부지로 올렸고, 집 한두 채 가진 국민들까지 ‘투기꾼’ 취급하며 세금을 가파르게 올리고 대출을 옥죄었다. 소득주도성장, 탈원전 등 검증되지 않은 정책과 과속 정책으로 국민을 피곤하게 만들었고 조국, 박원순, 윤미향 등 ‘내 편’의 잘못은 감싸기에 급급했으며 비판 세력은 ‘토착왜구’나 ‘적폐’로 몰곤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5년 전 취임사에서 “2017년 5월 10일, 이날은 진정한 국민 통합이 시작되는 날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했지만 빈말이 됐다.
그랬던 민주당이 대선이 끝나자마자 ‘졌잘싸’를 외치며 반성 대신 대선 결과를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하려는 유혹에 빠지고 있는 것이다. 최병천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페이스북에 이렇게 썼다. “민주당이 0.7%p 격차에 안주하며 0.7%p만큼만 혁신하려고 하면 (…) 6월 지방선거와 내년 4월 총선 모두 ‘무난하게’ 패배할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이 새겨들어야 할 고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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