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왕따' 여고생은 세상 등졌는데…가해학생은 집행유예

입력 2022-03-17 16:34   수정 2022-03-17 16:35

2년 전 극단적인 선택을 한 여고생에게 과거 '사이버 불링'(왕따)을 한 10대 여학생이 유죄를 선고받았다.

인천지법 형사1단독(오기두 판사)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상 명예훼손 등 혐의로 기소된 A(18)양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하고, 보호관찰을 명령했다고 17일 밝혔다.

A양은 2020년 9월25일 SNS 단체 대화방에서 B(2020년 사망 당시 16세)양이 성적으로 문란하고 일명 '일진'으로 활동을 했다는 허위 내용으로, 그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당시 채팅방에는 B양뿐 아니라 그의 남자친구 등 또래 10대 7명이 있었다. B양의 남자친구가 자신의 여자친구를 괴롭힌 사실을 추궁하며 A양에게 사과하라고 요구하자, A양은 막말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A양은 사흘 뒤에도 SNS 단체 대화방을 만든 뒤 B양과 친구들을 초대해 "더러운 X. 패줄게. 좀 맞아야 한다"며 B양을 모욕했다.

과거에도 A양은 B양에게 SNS 메시지를 보내 심한 욕설을 하거나 "성적으로 문란하다고 소문을 내겠다"며 협박까지 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겁을 주면서 돈을 구해오라고 한 뒤 현금 3만5000원을 뜯어내거나 뺨을 때리는 등 폭행도 했다.

B양이 2019년 성폭행을 당한 사실을 채팅방에서 공개한 공범 C(18)군도 A양과 함께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됐지만, 법원이 소년부로 송치하는 결정을 내리면서 형사 처벌은 피했다. 소년부 송치 결정을 받으면 형사 처벌 대신 소년법에 따라 '보호자·위탁보호위원 위탁 처분'부터 '소년원 송치'까지 1∼10호의 처분을 받는다.

온라인에서 따돌림을 당한 B양은 성폭행 가해자의 선고 공판을 열흘 앞둔 2020년 9월 세상을 등졌다. 단체 대화방에서 모욕을 당하고 몇 시간이 지난 뒤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다.

B양을 성폭행한 가해자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상 강간 등 혐의로 장기 5년∼단기 3년 6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앞서 A양은 작년 인천 장애 여고생 오물 폭행 사건으로 구속 기소됐다. 1심에서 장기 1년∼단기 10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으나, 항소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받아 석방됐다. C군도 이 사건으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이들은 지난해 6월 인천시 부평구 한 모텔에서 지적장애 3급인 여고생의 머리를 변기에 내려찍는 등 폭행하고, 담배꽁초 등이 담긴 재떨이와 샴푸 등 오물을 몸에 부었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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