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17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규모의 추경안을 발표했다. 지난해 예산 사용 내용 결산 전 3월 조기 추경은 2020년 이후 2년 만이다. 김의승 서울시 기획조정실장은 “올해 본예산으로 역대 최대 규모인 44조2190억원을 편성했으나 오미크론 확산 등으로 민생경제의 어려움이 계속돼 조기 추경을 단행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추경은 △민생·일상 회복(4248억원) △방역(2061억원) △안심·안전(1130억원) 등 3대 분야에 초점을 뒀다. 시는 코로나19 피해를 본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청년 지원에 전체 추경 예산의 38%인 4248억원을 배분했다. 기존 손실보상책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2020년 매출이 2019년보다 10% 이상 감소한 자영업체 7만7000곳에 100만원씩 지원한다.
코로나19 이후 승객 감소로 재정난을 겪고 있는 대중교통에도 2100억원을 투입한다. 코로나19 입원·격리자 생활지원비 신속 집행을 위해서도 1679억원을 책정했다.
일부 항목은 오 시장 공약사업과 관련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오 시장의 주택 공약인 상생주택·모아주택 등 서민 주거 안정 사업에 118억원을 편성한 게 대표적이다.
또 다른 공약인 임신부 1인당 교통비 70만원 지원 사업에는 100억원을 신규 편성했다. 오 시장의 역점 사업인 ‘지천 르네상스’에도 21억원을 투입한다. 정릉천, 홍제천, 도림천 등에 수변공간을 조성할 방침이다.
청년 지원책도 담겼다. 청년 7만5000명에게 연간 최대 10만원까지 대중교통비를 지원하기로 한 기존 사업은 예산을 확대해 지원 대상을 15만 명으로 늘린다. 오 시장 공약사업인 청년 재무 상담 지원 ‘영테크’ 사업도 대상 인원을 5000명에서 1만 명으로 확대한다.
이날 추경안을 제출받은 시의회는 25일부터 심의에 착수한다. 시의회가 이를 얼마나 수용할 것이냐가 관건이다. 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서울시의 필요만 우선 고려한 추경안”이라며 “꼭 편성돼야 하는 사업인지 꼼꼼히 확인하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김의승 실장은 “큰 방향에서 민생과 방역에 대한 중요성은 시의회도 공감해 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시의원들도 표심을 의식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큰 충돌이 일어나진 않을 것으로도 본다. 되레 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내부에서 선거를 겨냥해 서울시 안보다 예산을 늘리기 위한 힘겨루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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