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난국은 정부가 자초한 것이나 다름없다. 오미크론의 가공할 전파력도 있지만, 대선을 앞두고 지난달 초부터 본격 방역 완화에 나선 탓이 크다. 영국, 프랑스 등은 오미크론 유행이 정점을 지난 뒤에야 방역을 완화했다. 그러나 한국은 오미크론 치명률이 ‘계절 독감’ 수준이고, 자영업자의 고통이 크다며 정점 전에 덜컥 빗장부터 풀었다. 하지만 정점 예측치는 27만 명에서 35만 명으로, 다시 37만 명으로 번번이 고쳐졌고 급기야는 확진자 60만 명대를 찍은 것이다. 형편없는 분석력에다, 빠른 확산세를 감안해 충분히 확보했다던 치료제와 위중증 병상도 모두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보니 이제 정부가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누가 믿을 수 있겠는가. 이런 판국에 내놓는 대책이라는 게 또 방역 완화뿐이다. 이러니 ‘확진자 수를 늘리는 게 방역 목표냐’는 비아냥이 나오는 게 하나도 이상하지 않다.
정부가 ‘정치 방역’으로 국민과 자영업자를 위기로 몰아넣은 것은 비단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번 경우는 좀 더 우려스럽다. 정부가 대책 없이 ‘1급 감염병 해제 검토’ 등의 발언을 쏟아내 국민의 경계심까지 함께 무너지고 있다. 이 때문에 이왕 걸릴 바에야 일찍 걸리는 게 낫다며 ‘셀프 감염’을 강행하거나, “나 하나쯤이야” 하고 검사를 회피하는 사례가 늘면서 방역시스템이 손쓸 틈 없이 무너지고 있다는 게 의료 현장의 우려다. 코로나 확산 폭주에 이런 ‘스텔스 감염’까지 겹쳐 자칫 국방과 치안·소방·교육·통신 같은 국가 기간시스템과 산업 현장까지 ‘셧다운’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경고도 커지고 있다.
정부는 안이한 인식과 대처로 이미 방역전선에서 신뢰를 잃은 지 오래다. 이제 믿을 것은 개개인의 현명한 판단뿐이다. 감염 경계를 늦추지 말고 자신과 가족, 직장, 나아가 나라를 국민이 지켜야 할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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