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주요 의결권 행사 방향을 결정하는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는 17일 회의를 열어 신한금융지주, 포스코, SK디앤디, 효성, LG화학, 한진칼, 한화시스템 등 7개사 정기주주총회의 의결권 행사 방향 안건을 논의했다.
수탁위는 신한금융지주 주총에서 박안순 대성상사 회장, 변양호 VIG파트너스 고문, 성재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윤재 전 KorEI 대표, 허용학 퍼스트브릿지스트래티지 대표 등의 사외이사 선임에 대해 전원 반대하기로 결정했다. 라임자산운용 등 사모펀드 환매 사태로 기업 가치가 훼손됐는데 이에 대한 감독 의무를 소홀히 했다는 이유에서다. 금융투자업계에선 “자회사의 펀드 판매 이슈에 대해 지주회사 사외이사에게 책임을 묻는 건 지나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연금은 LG화학 주총에서도 신학철 부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에 반대표를 던질 계획이다. 신 부회장이 2020년 LG화학의 LG에너지솔루션 분사 때 찬성표를 던졌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국민연금의 지분율을 고려할 때 반대표를 던지더라도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지난해 국민연금은 총 549건의 반대의결권을 행사했는데, 실제로 주총에서 부결된 비율은 1.8%에 그친다.
그럼에도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건수는 계속 늘고 있다. 2018년 2864건이었던 의결권 행사 건수는 지난해 3378건으로 증가했다. 재계에서는 “국민연금이 과도하게 칼을 휘두르는 바람에 기업 경영에 혼란만 커지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민연금이 주총장에서 무더기 반대표를 행사하지만 기준이 모호한 점도 문제라는 분석이다. 신한금융지주의 이사 후보진에 대해서는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환매 사태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 사태에 직접적 책임이 없는 이사까지 반대할 만한 근거가 되는지 의심스럽다는 지적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지주회사의 이사에까지 책임을 물을 사안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며 “투자자 선제적 보상 조치와 자회사 내부통제 강화 등 재발 방지 노력을 해왔음에도 당시 회사에 근무했다는 이유만으로 반대하는 것은 과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어 사장은 재무팀 부장으로 근무하던 2004~2006년 사이 계열사 부당 지원에 나선 혐의를 받은 점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재계 관계자는 “10년 이상 지난 일인 데다 그동안 사내 시스템 개선을 통해 노력했는데도 무조건 반대에 나서는 건 평생 이사를 하지 말라고 ‘낙인’을 찍는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에 반대표를 던진 것을 두고도 재계에선 중장기적 성장을 위한 물적분할이 다수 주주의 찬성으로 통과됐음에도 기업가치 훼손으로 치부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다음주 열릴 수탁위 테이블엔 하나금융지주, KB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등 4대 금융지주사의 이사 선임 안건도 올라올 전망이다. 함영주 하나금융 부회장의 회장 선임 등의 안건이 논의될 예정이라 진통이 예상된다. 이재혁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정책2본부장은 “국내 기업은 안건에 반대하는 구체적인 이유도 알 수 없는 상태로 국민연금의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 됐다”며 “주총에서 안건이 부결되지 않더라도 국민연금이 반대 의결권을 행사했다는 사실 자체가 기업에 직간접적인 압박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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