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구조, 대통령 고립시켜" vs "文, 참모들과 근무"

입력 2022-03-17 17:39   수정 2022-03-18 01:47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회동 취소의 여파가 국정 현안 전반으로 번지는 움직임이다. 양측은 이명박 전 대통령 특별사면 문제에서부터 임기 말 공공기관 인사, 청와대 민정수석실 폐지, 김오수 검찰총장 거취에 이어 청와대 이전 문제까지 사안마다 대립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지도부도 가세해 공방을 쏟아내는 등 진영 갈등 양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청와대 이전’ 공방전으로 확산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17일 SNS에서 윤 당선인 측의 현 청와대 구조에 대한 문제 제기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박 수석은 “문 대통령은 본관 집무실을 사용한 적이 없다”며 “스스로 비서동으로 내려와 여민1관 3층 집무실을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앞서 이날 브리핑에서 “지금의 청와대 구조는 국민보다 대통령에게 더 집중된 구조다. 소통에서 단절돼 있고 고립돼 있었다”고 지적했다.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은 “일본이 창경궁을 동물원으로 만들었을 때도 ‘신민’들에게 돌려준다고 했었다”는 SNS 글을 올렸다. ‘청와대를 국민에게 돌려주겠다’는 윤 당선인 측 약속을 비판하는 내용이었다.

윤 당선인 측도 반격에 나섰다. 허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임기를 불과 두 달도 남기지 않은 시점까지 특유의 조롱과 비아냥으로 일관하는 탁 비서관의 행태에 유감을 표한다”며 “빈틈없는 정권 이양에 몰두해야 할 청와대 참모진으로서 매우 부적절한 언사”라고 비판했다.

청와대 이전 비용을 두고도 양측은 공방을 벌였다. 민주당 소속 국방위원회 위원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청와대를 국방부로 옮기는 데 필요한 비용은 1조원이 넘는다”고 주장했다. 국방부, 합동참모본부와 국방부 직할부대 이전에 따른 지휘 통제시설 구축, 군사시설 재배치, 군인·군무원·공무원 가족 이사 등 직·간접적인 비용을 모두 합친 수치라는 게 민주당 측 설명이다. 반면 행정안전부는 국방부 청사로 집무실을 옮기면 약 5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가 입주한 정부서울청사 별관으로 옮길 때 소요되는 비용 추산치(약 1000억원)의 절반 수준이다.

행안부는 외교부의 경우 기존 사무실 이전을 위해 도심의 민간 오피스 빌딩 임대 비용을 총액에 포함했다. 반면 국방부는 현재 경내의 신청사와 구청사에 남은 공간이 충분해 별도 건물을 마련하지 않더라도 집무실을 이전할 수 있다고 봤다. 대통령실 입주를 위한 경호·보안 기능 보강 등 기존 건물 리모델링 비용, 이사 비용 등에선 양쪽이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임기 말 인사와 MB 사면도 여진

문재인 정부의 임기 말 인사와 이명박(MB) 전 대통령 사면 문제를 놓고도 양측의 공방이 이어졌다. 박 수석은 한국은행 총재 등 인사 문제가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 간 회동 취소의 주요 요인으로 거론되는 것과 관련해 한 라디오 방송에서 “그것은 방침 방향을 별도로 설정할 필요도 없이 (현)대통령의 인사권에 해당하는 문제”라며 “그것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차기 한은 총재 지명도 문 대통령이 하는 게 맞느냐’는 질문에는 “5월 9일까지 임기인데 인사를 문 대통령이 하지 누가 하느냐”고 반문했다. 다만 “당선자와 만나게 되면 자연스럽게 의견을 나누시지 않겠느냐”며 문 대통령이 윤 당선인의 의견을 들어 인사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박 수석은 이 전 대통령 사면과 관련해서도 “당선자가 어떤 생각을 가졌는지 모르겠지만 두 분 회동 시 허심탄회한 말씀이 오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그렇다고 해도 (사면) 결정은 (현) 대통령 고유 권한”이라고 선을 그었다.

반면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한은 총재 인사와 관련해 “청와대에서 현재 정부 정책과 기조가 맞는 사람을 임명하면 실제로 일하는 것은 윤석열 정부와 4년 동안 일하는 것”이라며 “굉장히 불협화음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전 대통령 사면과 관련해서는 “문 대통령 입장에서 전직 대통령을 감옥 안에 둔다는 것도 굉장히 마음이 석연치 않을 것”이라며 “(오는 6월) 지방선거가 있기 때문에 (당선인 측과) 계속 힘겨루기를 하려고 하는 측근 강경파들이 있는 게 아닌가 싶다”고 관측했다.

임도원/조미현 기자 van769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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