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호중 비대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민주당 내 재선 의원과 간담회를 열었다. 고용진 민주당 수석대변인에 따르면 윤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자리와 권한에 연연해본 적 없이 정치를 해왔다”며 “초선의원들까지 간담회를 갖고 난 뒤 쿨하게 거취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윤 위원장은 지난 14일 4선 의원들을 만난 데 이어 15일에는 3선, 17일에는 재선과 초선 의원들을 만나 당내 쇄신 방안에 대한 의견을 듣고 있다.
이날 재선 의원들은 윤 위원장의 퇴진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위원장이 즉각 후퇴하라는 ‘급진파’와 원내대표 선거까지 임기를 유지하고, 원내대표 선출 이후 모든 권한을 넘기라는 ‘온건파’가 각각의 목소리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 당내 최대 의원 모임인 더좋은미래에 이어 재선 의원들의 반발까지 겹치면서 윤 위원장을 향한 압박은 거세지고 있다. 더좋은미래는 16일 민주당 서울시당에서 회의를 열고 윤 위원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데 뜻을 모았다. 더좋은미래는 ‘86’(1980년대 학번·1960년대 출생)이 주축이 돼 형성한 당내 최대 의원 모임이다.
의원들은 기존 지도부의 일원으로서 대선 패배에 지분이 있는 윤 위원장이 쇄신을 위한 비대위를 이끄는 것에 반발하고 있다. 또한 현행 비대위 설계상 신임 원내대표가 선출돼도 비대위원으로 합류할 뿐, 여전히 인사권을 비롯한 최종 결정권을 모두 윤 위원장이 쥐고 있다는 점도 문제 삼고 있다.
한 민주당 중진 의원은 “윤 위원장은 대선 당시 지도부였을 뿐만 아니라 이번 정부에서 친문계 핵심 의원이자 법사위원장·민주당 사무총장으로 위성정당 사태, 상임위원장 독식 등 민주당의 잘못된 결정을 주도한 당사자기도 하다”며 “그를 중심으로 한 쇄신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어떤 호소력이 있을 수 있냐”고 되물었다.
윤 비대위원장을 향한 퇴진 요구와 별개로 국민의당 출신 채이배 비대위원을 향한 비토론도 거세다. 이날 고민정·김승원·김영배·김의겸·민형배 등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 의원 14명은 공동성명을 내고 “채 위원의 공식적이고 진심 어린 사과를 요구한다”며 “당이 어려워지면 대통령을 벼랑 끝으로 모는 것이 좋은 정치인가”라고 비판했다. 채 의원은 16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문 대통령은 강성 지지층 눈치를 보느라 내로남불과 편 가르기, 독선 등 지난 5년간의 ‘나쁜 정치’에 대한 마지막 사과 기회를 놓쳤다”며 “퇴임사에 반성문을 남기고 떠나라”고 요구했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