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잭팟’이 쏟아지고 있다. ‘작지서(디자인 제작 지시서의 은어)’만 있으면 단돈 1000만원으로 나만의 브랜드를 선보일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한 덕분이다. 힙합퍼를 시작으로 무신사, 지그재그, 에이블리, W컨셉 등 패션 플랫폼들이 신예 브랜드의 등용문 역할을 하면서 ‘만인(萬人) 디자이너’ 시대가 열리고 있다.
15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 패션 시장 규모는 49조7000억원에 달했다. 전년 대비 9.2% 늘었다. 연간 거래액이 1조원을 넘어선 패션 플랫폼도 속출하고 있다. 4년 전 400~500개이던 무신사 입점 브랜드는 6500여 개로 급증했다.
패션 플랫폼의 몸값은 천정부지다. 스타트업레시피투자리포트에 따르면 지난해 패션 플랫폼을 포함한 컨슈머테크에 몰린 자금은 3조5000억원으로 전체 스타트업 분야에서 처음 1위로 올라섰다. 지난해 3월 신세계에 W컨셉을 매각한 IMM프라이빗에쿼티는 최근 1000억원을 W컨셉에 재투자했다. 성장세가 애초 예상을 뛰어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롯데 등 대기업이 투자한다고 해도 패션 플랫폼들이 오히려 거절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무신사 상품기획자(MD)의 하루는 늘 이메일과의 전쟁으로 시작된다. 입점을 문의하는 수백 통의 제안서를 읽는 게 그들의 주요 일과다. 성공 신화가 잇달아 나오면서 무신사에 올라타려는 패션 브랜드가 줄을 서 있어서다. 예일은 무신사에 입점한 지 1년 만에 연매출 100억원 고지를 넘었다. 그 덕분에 지난해 무신사 거래액은 2조원을 훌쩍 넘겼다. 신세계 강남점의 연간 거래액과 비슷한 규모다.
패션 생태계의 지형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LF패션 등 제조 기반 패션 대기업과 백화점의 주도권이 약해지는 추세다. 패션 플랫폼과 수천 개의 ‘만인 디자이너’들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입어보고 사던 데서 벗어나 모바일 속 사진과 착용 후기를 보고 옷을 구매하는 등 소비 행태가 급변하고 있는 것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패션 플랫폼은 유통 및 패션 대기업 인수합병(M&A)팀이 가장 눈독을 들이는 대상이다.
패션 플랫폼이 주목받는 이유는 성장성과 수익성에서 모두 합격점을 받고 있어서다. 무신사만 해도 2019년과 2020년에 각각 493억원, 455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지난해 거래액 3400억원을 달성한 W컨셉은 작년 1분기부터 흑자 전환했다. IMM프라이빗에쿼티가 W컨셉을 매각하고 나서 다시 1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카카오는 지난해 지그재그를 인수했다. 카카오는 지그재그 창업자인 서정훈 대표에게 최근 카카오그룹 커머스부문 총괄을 맡겼다. 커머스를 키우기 위한 핵심 콘텐츠로 패션을 주목하고 있다는 얘기다.
수익성 측면에서 패션 스타트업은 과거 백화점의 ‘온라인 버전’으로 평가된다. 백화점은 공간을 빌려주는 대가로 30% 안팎의 수수료를 챙겼다. IB업계 관계자는 “보통 플랫폼의 가치는 거래액 등 외형뿐만 아니라 테이크레이트(판매액 중 플랫폼의 매출로 인식되는 금액 비율)로 평가된다”며 “전자제품 등 일상 용품이 5% 안팎이고, 신선식품이 10% 남짓인데 패션은 30%에 육박한다”고 설명했다.
패션업계는 다양한 영역에서 이런 플랫폼이 나올 것으로 전망한다. 3050, 키즈 등에 이렇다 할 패션 앱이 없는 만큼 온라인 패션 시장이 성장할 가능성은 많이 남았다고 보고 있다. 무신사와 같은 플랫폼을 이용해 상품을 판매하던 삼성물산 등 대형 패션회사도 이들의 성공방식을 보고 자사몰을 개설해 상품을 직접 판매하고 있다.
배정철/박동휘 한국경제신문 기자
2. 패션 플랫폼의 수익성과 성장성을 본문에서 찾아보자.
3. 패션 플랫폼을 하나 만든다고 가정하고 플랫폼 이름을 하나 지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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