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이코노미] 다양한 시장 선점한 아마존의 성공 열쇠는 데이터

입력 2022-03-21 10:00  

아마존의 욕심은 끝이 없어 보인다. 1994년 제프 베이조스의 사비 1만달러를 털어 마련한 작은 사무실에서 시작된 온라인 서점 아마존은 3년 뒤 3500억원 규모의 기업공개에 성공한다. 이후 2004년에는 전자상거래 시장 매출 1위를 달성했으며, 2006년에는 클라우드와 인공지능 분야의 유망함을 깨닫고 오늘날 막대한 수입원이 된 ‘아마존웹서비스’도 시작했다.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적인 서비스를 선보이며 시장을 선점하는 아마존의 노력은 계속됐다. 2017년 신선매장인 홀푸드를 인수하고, 2018년에는 인공지능 무인편의점을 오픈했으며, 헬스케어산업에도 진출했다. 이 모든 행보는 세세한 고객 데이터 수집으로 이어져 서비스 개선으로 나타났다. 데이터는 아마존의 성장모델로 유명한 ‘플라이휠’ 작동 방식의 핵심이다. 고객 경험 개선이 플라이휠의 핵심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 이면에는 데이터가 있다. 플라이휠은 두 개의 선순환 바퀴로 구성된다. 많은 제품은 더 높은 고객 경험을 이끌고, 이는 더 많은 방문자를 유인하며, 더 많은 판매자 수를 끌어들여 다시 더 많은 제품이 아마존 플랫폼에 모여들어 회사가 성장한다. 이것이 첫 번째 바퀴다. 두 번째 바퀴는 성장으로 가능해진 낮은 비용 구조가 가격 인하로 이어져 고객 경험이 개선되는 선순환을 의미한다.
데이터 확보와 경쟁의 둔화
《아마존 미래전략 2022》의 저자 다나카 미치아키는 아마존이 홀푸드나 아마존고 같은 오프라인 사업에 진출하는 이유가 오프라인에서의 구매 데이터를 통해 고객의 위치정보를 수집하는 데 더 큰 목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고객의 행동 범위, 시간대별 데이터 정보가 수집되면 보다 정교한 프로파일링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아마존이 금융업에 진출한 이유도 여기서 찾아볼 수 있다. 방대한 소비 자료에 재무나 신용정보까지 결합되면 소비와 저축 습관을 동시에 파악해 적절한 시기에 필요한 제품을 정교하게 타기팅해 광고할 수 있다. 이는 이용자 수를 보다 증가시키고 상품 구매를 촉진해 플라이휠을 더 크고 빠르게 돌릴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더없이 훌륭한 아마존의 전략은 특정 기업으로 시장이 집중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전례없는 규모로 확보한 데이터는 경쟁 기업이 따라올 수 없을 정도의 서비스 개선과 이용자 증가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가치 손실 없이 재사용이 가능한 데이터는 새로운 기회를 포착하는 데도 절대적으로 유리한 기회를 제공해 데이터로 인한 시장 집중은 더욱 심화된다. 디지털 플랫폼 경쟁 관련 이슈가 기존 시장과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지만, 시장 집중을 초래하는 요인들이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전례없는 스케일로 결합되면서 강한 시장 집중을 초래한다. 아마존의 사례처럼 강한 집중은 더 많은 데이터의 축적으로 이어져 더 나은 서비스와 더 많은 이용자를 확보하는 선순환을 구축해 영구적인 독점의 발판이 된다.
마이데이터와 경쟁의 회복
이런 상황에서 ‘마이데이터’ 제도는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마이데이터란 정보 이동권이 정보 생성 주체에게 있는, 개인과 관련된 데이터를 의미한다. 핵심은 ‘정보 이동권’이다. 데이터의 소유권은 기업에 있지만, 통제권은 각 개인에게 있다는 것이다. 데이터 생성 과정에 개인이 참여했다는 점은 분명 개인이 통제권을 가질 명분이 된다.

마이데이터 제도하에서 각 개인은 자신의 정보를 보유한 기업에 다른 기업으로 자신의 정보를 옮겨달라는 요청을 할 수 있다. 가입한 기업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 있다면 해당 서비스를 받기 위해 정보를 제공할 권한은 각 개인에게 있는 것이다. 기업 역시 과거에는 자사의 회원정보만 활용할 수 있었으나 이제 경쟁사에 있던 정보를 쉽게 가져올 수 있다. 각 개인에게 정보 이동권이 보장되면 대기업이든, 스타트업이든 고객의 선택을 받는 주체가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어 기업 간 경쟁 유도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디지털 전환 시대, 어떤 산업 분야에서 어떤 상품을 생산하더라도 경쟁우위의 핵심은 데이터에 있다. 데이터는 아무리 많은 주체가 여러 번 사용해도 가치가 줄어들지 않는다. 데이터를 가진 주체가 유리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데이터를 특정 주체가 아니라 사회 전체가 활용할 수 있는 틀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물론 모든 데이터가 대상일 수는 없다. 하지만 개인이 생산에 참여한 데이터라면 소유권과 통제권을 분리할 필요가 있다. 금융 분야를 필두로 시작된 마이데이터 제도에 눈길이 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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