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 홀 교수(데니스 퀘이드 분)는 기존 학계 정설과 다른 주장을 펼치는 기후학계의 이단아다. 그는 온난화가 빙하를 녹이고, 빙하에 축적된 천연온실가스가 배출돼 더욱 심각한 온난화를 불러올 것으로 예상한다. 그리고 온난화로 해류가 멈추면서 북반구의 기후 냉각을 가져올 것이라고 내다본다. 기후 온난화가 결국 빙하기로 이어질 것이란 우울한 전망이다. 하지만 정부의 주요 관리는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어떤 행동도 취하지 않는다. 잭 역시 이런 재앙이 당장 일어날 것으로 생각하진 않는다. 그는 100년 정도 뒤에 이 같은 현상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영화에서 정부와 잭이 당장 문제 해결을 위한 행동에 나서지 않는 것은 그간의 경험칙에 의존한 결과다. 지금까지 이런 방식으로 경제 발전을 해왔고, 환경 이슈도 꾸준히 지적됐지만 아무 문제가 없었기 때문이다. 인간은 합리적 선택을 하는 ‘호모 이코노미쿠스(경제적 인간)’처럼 가장 이상적인 해답을 구하는 게 아니라 현실적으로 경험에 따라 만족할 만한 수준의 해답을 찾는다. 2002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대니얼 카너먼과 아모스 트버스키는 인간이 완벽한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이유가 ‘휴리스틱(경험적 접근법)’을 사용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보통 경험에 의한 판단은 심리적 편향(바이어스)을 유발하게 된다. 정부 관리와 잭의 안일한 생각은 ‘현상유지 바이어스’로 설명할 수 있다. 환경이 바뀌는 것과 무관하게 현재 상태를 유지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뜻이다. 물체가 운동하는 방향으로 계속 가려고 하는 관성과 같은 것이다. 기능이 좋고 저렴한 제품이 나와도 그것을 탐색하기보다 쓰던 제품을 계속 사서 쓰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심상치 않은 사건이 이어지자 정부와 전문가들이 모인다. 하지만 기존 기후 예측 모델로는 현상을 설명하지 못한다. 빙하가 녹고 해류가 바뀌면서 북반구에 거대한 눈구름이 생기고, 기온이 급강하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 상황을 예측했던 유일한 전문가인 잭은 눈폭풍이 지난 뒤 북반구가 빙하기로 접어들 것으로 전망한다. 인류는 생존조차 불투명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잭의 말을 믿지 않던 정부도 움직이기 시작한다. 미국 대통령은 남부지역 국민에게 피난을 지시한다. 하지만 멕시코는 미국 난민을 받아들이지 않고 국경을 폐쇄한다. 현실과 반대 상황이 벌어진 셈이다. 결국 미국 대통령은 남미의 부채를 전면 탕감하겠다는 약속을 하고, 미국인은 멕시코에 난민촌을 세울 수 있게 된다.
환경 파괴는 경제학에서 ‘공유지의 비극’으로 설명되는 대표적인 사례다. 이는 공유 자원의 이용을 개인 자율에 맡길 경우 서로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쪽으로 움직여 결국 자원이 남용되거나 고갈되는 현상이다. 생물학자인 개릿 하딘은 1968년 사이언스에 실린 논문에서 이 문제를 지적하며 이렇게 말한다. “공유 자원을 자유롭게 이용해야 한다고 믿는 사회에서 각 개인이 자신의 최대 이익만을 추구할 때 도달하는 곳은 바로 파멸이다.”
강영연 한국경제신문 기자
2. 기후변화에 대비한 탄소제로의 개념과 글로벌 대책에 대해 조사해보자.
3. 공유지의 비극은 무엇인지 알아보고 다양한 사례를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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