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가운데 하이일드 채권 투자 시장에 대한 낙관이 제기돼 눈길을 끈다. 주식투자 잠재 수익률이 하이일드 채권 수익률보다 크겠지만, 시장 매도 사이클에서 변동성과 낙폭은 하이일드 채권이 주식시장 대비 더 낮다는 논리다.
18일 금융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글로벌 하이일드 채권에 투자하는 전체 '글로벌 채권형 펀드' 127종의 연초 이후 평균 손실률은 5.02%다. 이 가운데 '글로벌 하이일드채권형 펀드'는 37종 가격의 평균 하락률은 7.12%로 손실폭이 더 컸다. 이 기간 하이일드채권형 펀드의 설정액은 기존 8887억원에서 8081억원으로 9% 넘게 줄었다.
투자자들이 올 들어서만 글로벌 하이일드 채권 펀드에서 800억원 넘는 자금을 빼낸 셈이다. 이는 향후 경기를 비관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하이일드 채권(high yield·고수익률)이란 신용등급이 'BBB급'으로 낮은 기업이 발행한 채권을 뜻한다. 원리금을 상환하지 못할 위험이 크지만 그만큼 투자 시 높은 이자율을 보장하는 고수익 채권이다. 시장에선 '투기등급 회사채' '정크 본드' 등으로도 불린다.
일반적으로 경기 위축이 아닌 경기 회복 시즌에 금리가 오르면 하이일드 채권값은 상승한다. 채권금리는 국채 시장금리와 가산금리로 구성되는데, 하이일드 채권에선 특히 가산금리를 주목해야 한다. 가산금리는 해당 채권의 신용도 수준에 맞게 결정된다. 신용등급이 낮을수록 부도 가능성이 높은 만큼 높은 가산금리를 부여하는 식이다. 때문에 경기 회복기에 금리 인상이 될 경우 소비 증대로 기업들의 사정이 나아지면서 가산금리가 낮아진다. 채권 가격은 금리와 반대로 움직이므로 가산금리의 하향은 곧 채권가격의 상승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지금 경제 상황은 반대의 경우에 가깝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세계 금융시장은 '경기 위축' 시나리오에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미 경제매체인 CNBC가 최근 시장 전문가 30여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들 가운데 33%는 향후 1년 안에 경기 침체가 닥칠 것이라고 응답했다. 주식시장에선 물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 민감주보다 방어주가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증권가는 이런 현상이 경기 하강 국면을 앞두고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짚고 있다.
이런 가운데에도 하이일드 채권 투자를 통해 유의미한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와 주목된다. 종목 선별만 제대로 한다면 변동성 장세를 기회로 삼아 수익률을 방어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베어링자산운용의 카란 탈워 글로벌 하이일드 클라이언트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국채금리 상승과 크레딧 스프레드(지표금리 대비 가산금리) 확대가 동시에 이뤄지면서 올 들어 하이일드 채권 시장에서는 대량 매각이 이뤄지고 있다. 이런 변동성 장세는 시장을 왜곡시킬 수 있지만 상향식 분석에 기반해 종목을 선별하는 투자자에게는 오히려 위험 조정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호기일 것"이라며 "이런 환경에서 하이일드 투자의 성과는 선별적인 종목 선택에 달려있다"고 밝혔다.
이날 기준 베어링운용의 '베어링글로벌하이일드증권자투자신탁'(ClassA 기준) 최근 1년 수익률은 7.02%로 전체 글로벌 하이일드채권형 펀드 평균 수익률(-4.76%)을 큰 폭 웃돌았다. 베어링 글로벌 하이일드 펀드는 미국과 유럽의 하이일드 채권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카란 탈워 매니저는 "하이일드 투자에서는 기업의 채무상환 능력과 의지를 평가하는 게 중요하다"며 "베어링운용은 재무적 요인뿐 아니라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요인들도 통합해 하이일드 투자대상 종목을 결정한다. 미국과 유럽 하이일드 채권 시장의 변화를 면밀히 주시하면서 상대적으로 기회가 더 있다고 판단되는 곳을 골라 전략적으로 투자비중을 조절하는 게 핵심"이라고 말했다.
리오프닝(경기 재개) 흐름이 뚜렷해지면 하이일드 채권 투자가 보다 활성화할 것이라고도 전했다. 그는 "하이일드 채권은 역사적으로 금리 변동 위험에 대한 노출을 제한시키면서 비교적 높은 수준의 수익을 거둘 수 있게 해 준 자산"이라며 "경제활동이 전면적으로 재개되면 경제활동지표가 개선돼 기업들의 기초체력(펀더멘탈)에 좋은 영향을 주기 때문에 하이일드 투자 성과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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