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8일 참모들을 향해 "당선인 측의 공약이나 국정운영 방향에 대해 개별적인 의사표현을 하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박 대변인 브리핑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이날 참모회의에서 이같이 말했다. 전날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집무실 이전 공약을 비판한 것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앞서 탁 비서관은 전날 SNS에 윤 당선인이 대통령 집무실을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과 관련해 "여기 안 쓸 거면 우리가 그냥 쓰면 안 되나 묻고 싶다"고 적었다.
탁 비서관은 "지극히 개인적으로 저는 당선인의 청와대 이전에 전혀 의견이 없다"며 "다만 이미 설치돼 운영되고 보강돼온 수백억 원의 각종 시설이 아깝고, 해방 이후부터 지금까지 있었던 수많은 역사, 그리고 각종 국빈 행사의 격조는 어쩌냐"고 했다.
탁 비서관은 "청와대가 사람들의 관심과 가보고 싶은 공간인 이유는 거기 대통령이 있기 때문"이라며 "일전에 '저도'를 반환했을 때 처음에는 국민들이 관심이 많았지만, 결국엔 관심이 사라지고 결국 사람들이 별로 찾지 않는 공간이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일본이 창경궁을 동물원으로 만들었을 때도 '신민'들에게 돌려준다고 했었다"고 덧붙였다.
탁 비서관의 글에 국민의힘은 즉각 반발했다. 허은아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임기를 불과 두 달도 남기지 않은 시점까지 특유의 조롱과 비아냥으로 일관하는 탁현민 비서관의 행태에 유감을 표한다"며 "무엇보다 빈틈없는 정권 이양에 몰두해야 할 청와대 참모진으로서 오늘의 언사(言辭)는 매우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탁 비서관은 허 수석대변인의 논평이 나온 지 약 한 시간 반 뒤 또다시 SNS에 "국민의힘 수석대변인님 외람되지만, 임기 54일 남은 청와대 의전비서관에 신경끄시고 국민을 위해 열심히 일해주십셔. 충성"이라고 적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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