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종량제 봉투 사러갔다가 기분 상한 적 있는 소비자들이 적지 않을 것 같습니다. 편의점이나 슈퍼마켓에서 파는 종량제 봉투를 사러가면 '현금 결제'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인데요. 요즘은 현금을 가지고 다니지 않는 소비자들이 많은데다 종량제 봉투는 온라인으로는 살 수도 없으니 현금결제 요구가 낭패일 수밖에 없죠.
그렇다면 왜 유독 종량제 봉투는 현금결제만 받는 경우가 많을까요. 이유가 있습니다. 편의점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편의점에서 파는 다른 상품은 가맹점주들이 본사에 일괄적으로 발주한 뒤 배송 받아 판매하는 구조인데요. 종량제 봉투는 아닙니다. 가맹점주들이 구청 등 지방자치단체에 직접 구매요청을 해서 받아와야 합니다.
판매 이전 단계인 조달방식부터 이원화되는 번거로움이 생기는 셈입니다. 굳이 종량제 봉투를 구비해놓지 않는 점주들이 많은 이유죠. 구청으로부터 봉투를 가져와도 본사 조달이 아니기 때문에 바코드 생성 등 카드 결제를 위한 절차가 매우 번거롭다고 합니다. 점주로서는 이 과정에서 또 '귀찮은데 현금만 받자'라는 생각이 들기 쉽습니다.
그렇다고 종량제 봉투가 이윤이 많이 남는 상품일까요. 전혀 아니었습니다. 각 지자체마다 봉투 가격이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점주가 가져가는 종량제 봉투 마진 비율은 6~10% 수준이라고 합니다. 다른 제품보다 훨씬 낮습니다. 여기에서 3% 가량의 카드 수수료를 떼면 남는 게 없다는 것이죠.
예를 들어 20리터 봉투 10장을 구매하면 5000원 정도 매출이 생기는데요, 마진이 10%라고 가정해도 500원이 남습니다. 카드 수수료 3%(150원)을 제하면 350원입니다. 종량제 봉투는 면세상품이니 세금은 없지만, 350원의 이익을 다시 본사와 나눠야 합니다. 대략 점주가 8, 본사가 2입니다. 결국 10장 팔면 280원 남는 겁니다. 봉투가 붙어 있어 수량을 잘 못 세거나 분실 등이 일어나면 역마진 보기 쉬운 셈이죠.
결국 종량제 봉투는 구비하는 것 자체가 소비자 편의를 위한 서비스 차원이거나, 다른 상품 구매를 유도하기 위한 미끼 상품밖에는 안된다는 얘깁니다. 다른 상품과 같이 사면 카드결제를 받기도 하는 이유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일부 지자체 또한 점주들에게 봉투를 팔 때 현금만 받는 경우가 많다는 점입니다. 자신들도 남는 게 없기 때문이라는 이유인데요, 실물 현금을 받으면 관리가 어려우니 계좌이체를 요구하기도 한다네요. 그런데 그럴 거면 차라리 종량제봉투 가격 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하지 않을까요?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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