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회동 결렬의 가장 큰 이유는 감사위원 후임자 인선 문제였고, 이 문제에 대한 양측의 간극은 좁혀지지 않고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양측 모두 원론적으로는 “긴밀한 소통이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지만 의견차가 커 실제로는 물밑협상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감사위원회는 총 7명이다. 감사위원장을 제외한 감사위원은 6명이고, 이 중 2명이 공석이다. 청와대는 윤 당선인과 회동을 위한 조율 단계에서 이 2명 모두 자신들이 임명하겠다는 뜻을 윤 당선인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감사위원 4명 중 2명은 ‘친민주당’ 성향으로 분류된다. 김인회 감사위원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출신으로, 노무현 정부에서 시민사회비서관을 지냈다. 과거 문재인 대통령과 책을 공동집필할 정도로 가까운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임찬우 감사위원은 2017년 국무조정실 국정운영실장을 지낸 친여 성향 인물이다. 문재인 정부가 공석인 감사위원 2명에 모두 인사권을 행사하면 6명의 감사위원 자리 중 4명이 친여 성향으로 채워진다. 감사위원 임기는 4년이다.
윤 당선인 측은 문재인 정부가 감사위원 인사를 고집하는 건 임기가 끝난 뒤 ‘안전판’을 만들기 위한 것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정부가 바뀌면 이전 정권 적폐에 대한 감사가 이뤄질 수 있는데 이때 감사원 감사가 중요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청와대가 감사원 인사를 하겠다는 건) 정권의 치부를 덮겠다는 뜻인데, 용납할 수 없는 제안”이라며 “이건 보은인사를 넘어 방탄인사”라고 말했다.
실제 이명박 정부(지방 교부세 관련 봉하마을·남북협력기금 감사), 박근혜 정부(자원외교사업 감사), 문재인 정부(4대강 사업 감사) 모두 이전 정권의 핵심 사업에 대한 감사를 벌였다. 오는 5월 10일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도 문재인 정부의 월성원전 조기폐쇄와 관련된 탈원전 사업 등에 대한 감사를 벌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감사원이 현재의 여권 성향 인사로 채워지면 정권교체 후 이전 정권에 대한 감사에 제동을 걸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일단 만나자’는 입장을 밝혔지만 국민의힘 관계자는 “‘톱다운’ 식으로 만난다고 문제가 해결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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