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약자 아닌 '업자 보호' 변질된 진입규제, 재점검할 때 됐다

입력 2022-03-18 17:25  

한국에만 있는 ‘갈라파고스 규제’ 중 하나인 대기업의 중고차시장 진입 제한이 이제서야 풀렸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중고차 판매업을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하지 않기로 함에 따라 현대자동차 등 완성차업계의 시장 진출이 가능해졌다. 소비자들의 오랜 희망사항인 만큼 만시지탄이다.

생계형 적합업종 미지정 사유를 보면 중고차 업체들이 영세하지 않고, 제품 신뢰도와 소비자 선택폭 확대로 소비자 후생 증진 효과가 크다는 것이다. 동반성장위원회가 2019년 중고차 판매업을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하기에 부적합하다는 의견을 냈을 때 이유와 다를 바 없다. 이처럼 답이 뻔한 사안을 중기부는 3년째 결론 내지 않고 질질 끌었다. 여기엔 중고차 판매업자들이 여당 을지로위원회 등 정치권을 끌어들여 대·중소기업 간 갈등 구도로 몰아간 영향이 크다. 그새 수입차 업체들은 규제받지 않고 중고차 사업을 적극 벌여왔다. 기업 진입규제가 약자 보호가 아니라 ‘업자 보호’로 변질돼 소비자 편익을 침해하고, 외국계 기업이 반사이익을 누리는 기형적 결과를 초래했다.

이 같은 폐해 사례는 한둘이 아니다. 대형마트 영업 제한이 전통시장 활성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 대신 중간 규모의 식자재마트가 규제 틈새를 비집고 골목상권의 새로운 포식자로 부상했다. 지난 10년간 유통 규제의 손익계산서를 따져보면 소비자, 전통시장, 골목상권, 대형마트 누구도 이득을 보지 못하고 식자재마트만 혜택을 독차지했으니 참으로 어이없는 결과다. ‘타다’와 원격의료는 기득권 집단 반발과 관료들의 보신주의 탓에 막히거나 아예 싹도 틔우지 못하고 있다. 법률서비스 플랫폼 ‘로톡’과 의료광고 플랫폼 ‘강남언니’ 등도 변협, 의협 등의 집단공세에 밀려 ‘제2 타다’가 될 처지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광주에 복합몰 설립을 공약했다. 유통산업발전법 개정 등 규제 완화가 필수적이다. 한국의 진입규제 강도는 OECD 국가 중 터키에 이어 두 번째다. 한국개발연구원은 ‘강한 형태의 진입규제’를 절반으로 줄이면 잠재성장률이 0.5%포인트 올라갈 것으로 분석했다. 현재 잠재성장률이 2% 수준임을 감안하면 엄청난 파급 효과다. 마침 인수위 출범은 차별적 진입규제를 재검토할 좋은 기회다. 시장경제 복원을 기치로 내건 새 정부의 성패는 규제 혁파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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