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은 이날 “(윤 당선인과의 회동을 위해) 조율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청와대의 문은 늘 열려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브리핑에서 전했다.
애초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은 지난 16일 청와대에서 오찬을 함께하며 대선 후 첫 회동을 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같은 날 오전 양측 간 실무협의가 마무리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회동을 전격 연기했다. 이후 정치권에서는 한국은행 총재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 감사원 감사위원 등 인사권 행사와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 문제를 놓고 양측이 대립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윤 당선인에게 먼저 손을 내민 것은 정권 인수인계를 앞두고 신·구 권력 간 대립 구도가 강화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립이 길어지면 윤 당선인뿐 아니라 문 대통령으로서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대통령의 지시가 실무협의에 상관없이 만나자는 것인가, 아니면 실무협의를 빨리 해 달라는 취지인가’라는 물음에 “양쪽 다 해당할 것 같다”고 답했다.
윤 당선인 측도 같은 날 “국민이 보시기에 바람직한 결과를 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화답했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은 청와대 만남과 관련해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긴밀하게 소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정치권에선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회동이 이번주 안에는 이뤄지기 어렵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그동안 현직 대통령과 당선인은 대선 후 열흘 안에 만나는 것이 관례처럼 여겨졌다. 대선 9일째인 이날까지 일정을 잡지 못하면서 사실상 관례는 깨졌다.
문 대통령은 참모들을 향해 “당선인 측의 공약이나 국정운영 방안에 대해 개별적인 의사 표현을 하지 말라”는 질책성 지시도 내렸다.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역시 청와대 직원들에게 당선인 측 공약이나 정책, 국정운영 방향에 대해 SNS 혹은 언론을 통해 개인적 의견을 언급하지 말 것을 주문했다고 박 대변인은 전했다.
앞서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은 17일 자신의 SNS에 윤 당선인의 집무실 이전 공약을 겨냥해 “여기(청와대) 안 쓸 거면 우리가 그냥 쓰면 안 되냐”고 적었다. 탁 비서관은 문 대통령의 지시가 나온 뒤 해당 글을 삭제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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