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이 허용되자 현대자동차 등 완성차 업체뿐 아니라 렌털 대기업까지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규제 완화를 계기로 소규모 업체들이 장악해온 중고차 시장에 무한경쟁을 통한 지각변동이 일어날 전망이다. 한국 중고차 시장이 양적·질적으로 한 단계 도약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18일 증권시장에선 관련 업체 주가가 크게 올랐다.
롯데렌탈도 시장 진출 선언
국내 1위 렌털업체인 롯데렌탈은 이날 올 하반기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중고차 시장에 진출한다고 발표했다. 현재 운영 중인 중고차 경매장(롯데오토옥션)과의 시너지를 통해 2025년까지 중고차 시장의 10%를 차지하겠다는 목표도 공개했다.롯데렌탈은 온라인으로 판매, 중개, 렌털, 중고차 인증 및 사후관리 등 비대면 서비스를 제공하고 전시장, 시승, 정비 체험 등 오프라인 서비스와 연계한다는 구상이다. SK렌터카 등 다른 렌터카업체도 내부적으로 중고차 시장 진출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와 기아를 비롯한 완성차 업체들은 이미 사업계획을 구체화한 상태다. 현대차는 지난 7일 국내 완성차 업체 중 처음으로 중고차 시장 계획을 공개했다. 신차 수준의 중고차를 판매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이를 위해 구입 후 5년·주행거리 10만㎞ 이내 자사 차량에 대한 정밀 검사를 실시하고, 이를 통과한 차량만 선별해 인증 중고차로 팔기로 했다.
“중고차 시장 확 커진다”
중고차 판매업을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하지 않기로 한 정부 결정은 기존 업체에도 성장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대표적인 ‘레몬마켓(저급품만 취급되는 시장)’으로 평가받았던 중고차 시장이 투명해지면 신차 대신 중고차를 찾는 소비자 수요가 확대될 것이란 얘기다.한국 중고차 시장 규모는 선진국에 비해 작은 편이다. 2020년 기준 시장 규모는 387만 대다. 중복거래를 제외하면 259만 대로, 이는 연간 신차 판매량의 1.4배 규모다. 미국(신차 대비 2.4배), 유럽(2.0배)과 비교하면 규모가 작다. 미국과 유럽은 대형 업체가 시장을 주도하며 신뢰성을 확보했고, 최근에는 다양한 신기술을 도입해 고객 편의성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중고차 연간 거래량이 지금보다 50만 대 이상 커질 전망”이라며 “대기업들이 치열하게 경쟁하면 거래 과정이 투명해지고, 소비자 편의성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 커진다” 오토앤 상한가
통상 강력한 경쟁자가 시장에 진입하면 기존 업체에는 악재다. 하지만 이날 중고차 시장 1위 기업인 케이카와 중고차 도매 2위 사업자 롯데렌탈의 주가는 급등했다. 케이카와 롯데렌탈은 각각 3.80%, 8.62% 상승 마감했다. 중고차 시장 활성화의 과실을 함께 누릴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케이카는 장중 한때 3만7300원까지 올라 연중 최고점을 찍었다. 케이카(옛 SK엔카직영)는 중고차 판매업이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되기 전에 시장에 진출했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케이카의 경우 현대차·기아 대리점을 통한 중고차 매물 확보가 줄어들 전망이지만, 대기업 진출로 온라인 중고차 시장이 커지면 지배적 사업자로서 혜택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자동차 애프터서비스(AS) 및 튜닝용 부품을 판매하는 업체인 오토앤 주가도 치솟았다. 개장 직후 상한가(30.00%)인 1만8850원으로 직행해 거래를 마쳤다. 오토앤은 현대차의 사내벤처로 출발한 자동차 용품 전자상거래 플랫폼 기업으로 중고차 시장이 활성화되면 수혜가 예상된다. 현대차는 이날 1.48% 오른 17만1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시너지가 예상되는 현대글로비스, 현대모비스는 이날 각각 6.19%, 0.25% 상승 마감했다.
구은서/도병욱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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