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LCC, 중장거리 노선으로 돌파구 찾을까 [남정민의 생산현장 줌 인]

입력 2022-03-20 08:00   수정 2022-04-08 14:39

저비용항공사(LCC)들은 말 그대로 '벼랑 끝'에 서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여행을 떠나는 사람 수 자체가 줄어들면서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대형항공사(FSC)들은 사람 대신 화물을 실어 나르면서 수익을 냈습니다. 하지만 화물 전용기도 없고, 사업 구조상 여객 수요에 의존해야 하는 LCC들은 한숨만 내쉬고 있죠. (그 와중에 글로벌 물류대란이 장기화되면서 항공운임이 급등하자, 대한항공은 지난해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거두기도 했습니다.)
올 여름엔 LCC타고 동유럽?
요즘 LCC들이 새롭게 공략하고 있는 것은 바로 중장거리 노선입니다. 그간 국내 LCC들이 주력으로 띄운 기종은 B737-800입니다. 좌석은 189석, 최대 운항거리는 약 5300㎞로 주로 중단거리 노선에 사용되는 비행기입니다. 여기에 대형기를 추가로 도입해 취항할 수 있는 노선을 다양화하겠다는 겁니다.



지난 17일 티웨이항공은 최대 운항거리가 1만186㎞에 달하는 A330-300 도입을 기념해 기자간담회를 진행했습니다. 항공기는 날개폭과 메인 기어 바퀴 사이 폭 등을 고려해 A부터 F까지 크기 등급이 매겨지는데 (F가 가장 큰 것) 초대형 여객기로 분류되는 A380이 F등급입니다. E등급인 A330은 일반적으로 대형기로 분류됩니다.

운항거리가 1만186km이면 동유럽과 북미까지도 운항이 가능합니다. 실제로 티웨이는 올 여름 크로아티아, 겨울 호주 노선을 취항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LCC들이 최근 중장거리 노선을 공략하게 된 이유는 크게 △주요 공항의 슬롯(시간당 이착륙 허용 횟수) 포화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으로 인한 중장거리 노선 재분배를 들 수 있습니다. 기존에 LCC가 취항하던 노선(국제선은 주로 동남아, 일본, 중국)은 이미 공급이 포화된 상태라 LCC간 출혈 경쟁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합병하게 되면 파리, 로마 등 '알짜 노선' 운수권이 LCC에게 재분배되니까 새로운 시장이 열리게 되는 겁니다.
<svg version="1.1" xmlns="http://www.w3.org/2000/svg" xmlns:xlink="http://www.w3.org/1999/xlink" x="0" y="0" viewBox="0 0 27.4 20" class="svg-quote" xml:space="preserve" style="fill:#666; display:block; width:28px; height:20px; margin-bottom:10px"><path class="st0" d="M0,12.9C0,0.2,12.4,0,12.4,0C6.7,3.2,7.8,6.2,7.5,8.5c2.8,0.4,5,2.9,5,5.9c0,3.6-2.9,5.7-5.9,5.7 C3.2,20,0,17.4,0,12.9z M14.8,12.9C14.8,0.2,27.2,0,27.2,0c-5.7,3.2-4.6,6.2-4.8,8.5c2.8,0.4,5,2.9,5,5.9c0,3.6-2.9,5.7-5.9,5.7 C18,20,14.8,17.4,14.8,12.9z"></path></svg>더 이상 B737을 도입해 봐야 갈 곳이 없습니다. 동남아, 일본, 중국 노선만 가지고는 지속적인 성장이 불가능합니다. 대형기를 도입하면 장거리 노선을 띄울 수 있기 때문에 '제 2의 도약'이 가능합니다.

파리나 로마, 런던과 같은 노선은 LCC 입장에선 40년, 50년을 기다려도 나올 수 없는 운수권입니다. 그런데 대형항공사들의 합병으로 기회가 생긴 겁니다. 2023년부터 2027년까지 1년에 평균 3~4대씩 대형기를 추가로 도입해 유럽까지 날아가는 티웨이항공이 될 것입니다.

-3월 17일 정홍근 티웨이항공 대표 기자간담회 발언
지난 2월 공정거래위원회가 대한항공-아시아나의 합병을 조건부 승인하면서 재분배를 요구한 국제선 노선은 다음과 같습니다.

자금조달 우려 해소가 관건

티웨이항공은 코로나19 이전부터 중장거리 노선 취항을 준비해왔습니다. LCC업계 중 대형기를 자체적으로 도입한 것은 이번이 첫 사례이기도 합니다. (진에어가 B777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는 같은 한진그룹 계열인 대한항공으로부터 받아온 비행기입니다.)

2017년 대형기 도입 계획을 공식적으로 발표한 티웨이항공은 2019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A330 도입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크로아티아, 호주 운수권은 2020년 2월에 따냈고, A330 도입을 위한 LOI(정식계약 전 인수 의향 문서)는 2020년 12월에 맺었습니다.

중장거리 노선 취항과 적자수렁 탈출이 일사천리로 이뤄지면 좋겠지만, 일각에서는 비행기 도입으로 인한 비용 부담, 대형기 운항 노하우 부족에 대한 우려를 표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LCC들은 2년 연속 적자행진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항공기를 임차해 사용하는 만큼 리스 부채도 고려해야 합니다. 티웨이항공의 리스 부채는 3500억원에 달합니다. 오는 7월부터 항공기 가동률이 90% 이상으로 올라가고 여객수요가 회복된다면 올해 연간 영업이익이 500억원 흑자전환도 가능하다는 것이 회사측 설명이지만 이는 '베스트 시나리오'임을 감안해야 합니다.

지난달 12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한 티웨이항공은 2020년부터 3년 연속 유상증자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정 대표는 "최대주주뿐만이 아니라 제3의 기관에도 유상증자 참여를 설득하고 있다"며 "4월 초 공식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지난달 이사회에서 2대 주주인 JKL파트너스가 유상증자에 반대표를 던진 만큼, 안정적으로 자금을 끌어와 경영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장거리 노선은 처음 띄우는 것인 만큼 운항 시스템을 제대로 마련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이에 대해 정 대표는 "A330에 대한 기장 30명, 부기장 30명에 대한 훈련을 마쳐가고 있으며 정비사 훈련도 마친 상태"라며 "관련 정비 부품도 모두 계약이 완료된 상태라 추가로 자금 부담이 들 것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티웨이항공은 LCC업계 최초로 자체 항공훈련센터도 설립하는 등 포스트 코로나 시대 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모쪼록 국내 LCC들이 선택한 돌파구가 회사에게는 수익성 개선으로, 소비자들에겐 합리적인 운임과 서비스로 돌아올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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