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d의 역행적 선택론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당시 벤 버냉키 의장이 테이퍼링을 처음 언급한 이후 시장이 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한 2013년 9월 회의에서 정작 아무런 조치가 나오지 않았다. 월가에서는 ‘버냉키 반란’이라는 용어까지 나왔다.
2013년 9월 Fed 회의에서 시장의 예상을 뒤엎는 결과가 나온 것을 계기로 조지 애컬로프 교수가 비대칭 정보를 활용해 노벨 경제학상까지 받은 ‘역행적 선택론’이 부각된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이론은 경제활동에 필요한 완전한 정보를 보유하지 못할 때 발생하는 현상을 분석하는 정보경제학의 한 부류다.
Fed는 통화정책을 결정할 때 시장과의 소통을 중시하는 것이 관행이자 장점이었다. 특히 앨런 그린스펀 전 Fed 의장은 모호한 ‘그린스펀 화법’으로 시장과 소통을 잘해 온 것으로 평가됐다. 궁극적으로 이 화법이 ‘세계 경제 대통령’으로 불릴 만큼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1913년 Fed가 설립된 이후 물가 안정이라는 중앙은행의 전통적인 목표를 잘 수행한 의장일수록 시장의 예상을 그대로 따르는 ‘순응적 선택’을 충실히 수행해 왔다. 하지만 2013년 9월처럼 시장이 Fed의 의중을 잘못 읽거나 의중을 읽었다 하더라도 과도하게 해석하는 경우 시장의 예상과 달리 ‘역행적 선택’을 하는 전례가 시간이 지나면서 많아졌다.
올해 두 차례 회의에서 재확인됐듯이 Fed가 금리 인상, QT와 같은 중대한 사안을 결정하기 어려운 모호한 때일수록 정책 추진 여건을 한 번 더 확인하는 ‘체크스윙(check swing)’ 차원에서 역행적 선택을 활용한다. 2013년 9월 Fed 회의를 앞두고 양적완화 회의론자인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의 차기 Fed 의장 내정설이 알려지면서 급진적인 출구전략을 추진하지 않겠느냐는 예상이 회의 직전까지 기정사실화됐었다.
특히 역행적 선택이론을 정립한 애컬로프 교수는 버냉키 의장에 이어 차기 Fed 의장으로 유력하게 거론됐던 당시 재닛 옐런 Fed 부의장의 남편이기 때문에 더 주목받았다. 이 때문에 서머스의 자진 사퇴 이후 많은 후보가 거론됐으나 월가에서는 옐런이 사실상 결정된 것 아니냐는 예상이 나왔고 실제로 임명됐다.
당시 실업률 개선 추세와 통화정책 시차를 감안해 출구전략 재추진 시기를 추정해 보면 이르면 2013년 12월 예정된 Fed 회의에서 단행할 가능성이 높게 나왔다. 같은 해 9월 Fed 회의에서 버냉키 의장이 그해 말에 양적완화 규모를 축소할 뜻을 우회적으로 시사한 것도 이 때문이다. 버냉키 의장 유임으로 결론이 났다면 이때 단행될 수 있었다.
하지만 옐런이 차기 의장으로 내정됨에 따라 새로운 의장의 임기가 시작되는 2014년 3월 이후로 넘어갔다. 이 또한 실업률 등 미국 경기가 악화하지 않는다는 가정하에서다. 2014회계연도를 앞두고 Fed가 꼬리 위험으로 제기했던 재정 위험 등으로 경기가 악화하면서 결국은 2015년 12월에 가서야 금리가 인상됐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내린 금리와 풀린 돈을 정상화하는 출구전략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역행적 선택론이 재부각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번에는 최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인플레이션 문제로 Fed가 시장의 예상과 반대로 갈 가능성은 작지만 코로나 사태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경기가 둔화할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어 갈수록 역행적 선택이 불가피한 상황으로 몰리고 있어서다.
올해 미국 경제 성장률이 2% 밑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이번 회의 점도표대로 올해 일곱 차례 금리 인상이 실현될 수 있을까? 좀 더 지켜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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