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을 논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이들이 있다. 2002년 국내에 처음 ETF를 도입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한 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 테마형 ETF 붐을 일으킨 김남기 미래에셋자산운용 ETF운용부문 대표(전무), 아시아 최초로 인버스 ETF를 국내에 선보인 김두남 삼성자산운용 상무다.
20일 한국 ETF 성장 과정의 산증인으로 꼽히는 세 사람에게 국내 ETF 시장에 대한 평가와 전망을 물었다.
배 대표는 “ETF는 20년간 자산운용업계의 풍경을 바꿔놨다”고 평가했다. ETF는 투자자들이 직접 매매할 수 있는 만큼 다양한 수요를 충족시킬 상품이 쏟아져 나오면서 ‘공급자 위주’가 아니라 ‘수요자 맞춤형’ 시장이 형성됐다는 것이다.
김 상무는 “2007년 국내 최초 해외지수 ETF가 도입되면서 유동성공급자(LP)도 ETF로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걸 경험했고, 인버스 ETF는 각종 제도와 시스템을 재정비하는 계기가 됐다”며 “새로운 상품 하나하나가 ETF 생태계 조성에 일조했다”고 설명했다.
현재는 세제상 혜택을 노리고 해외에 상장된 ETF에 투자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배당소득세가 붙는 국내 상장 ETF의 경우 매매차익이 연 2000만원을 넘으면 종합소득세 과세 대상이 돼 소득 수준에 따라 최고 45% 세율을 적용받는다. 반면 해외 상장 ETF는 양도소득세로 분리과세되고 매매차익의 250만원까지 비과세한다. 금융소득이 2000만원이 넘는 슈퍼개미나 해외주식 매매차익이 250만원 미만인 서학개미가 해외 상장 ETF를 찾는 이유다. 내년부터는 국내외 ETF 모두 동일하게 연 5000만원까지 비과세하고 초과분에는 금융투자소득세(22~25%)가 붙는다.
김 대표는 “세제상 차이가 없기 때문에 접근성이 더 높은 국내 ETF로 국내 투자자들이 대거 돌아올 것”이라며 “국내 ETF 시장에 다양한 해외지수형, 테마형 상품이 있는 만큼 해외 ETF를 굳이 ‘직구’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이어 “2023년은 ETF 리쇼어링(국내 복귀)의 해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인플레이션,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ETF를 통한 분산투자 수요가 더욱 늘어나는 추세다. 은행권 ETF 거래 도입,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 등으로 연금 시장 급성장도 예상된다. 김 상무는 “올해 ETF 시장의 화두는 변동성 대응과 연금”이라고 말했다.
시장이 흔들릴수록 분산투자, 적립식 투자라는 기본기를 되새겨야 한다는 게 이들의 조언이다. 배 대표는 “타이밍을 쫓거나 하나에 ‘몰빵’해서는 ETF의 강점을 온전히 취할 수 없다”며 “월급의 30%씩 꾸준히 적립식으로 투자하라”고 조언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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