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초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은 한 모임에서 이광형 KAIST 총장을 만나 이런 질문을 던졌다. 이 총장은 “‘인공 광합성’을 통해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할 수 있다”며 “KAIST가 그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고 답했다.
‘인공 광합성이야말로 인류의 난제인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할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는 이 총장의 답변에 감명받은 김 회장은 하나금융 차원에서 KAIST를 도울 방법을 모색했다. 김 회장과 이 총장 간의 대화는 지난달 24일 하나금융과 KAIST가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ESG 미래전략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면서 구체화했다.
양측은 2020년부터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분야에서 협력해왔다. 앞으로는 △기후변화 문제 해결 △저탄소 에너지경제 전환 △신재생에너지 확대 등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분야에서도 협력하기로 했다.
하나금융은 조만간 KAIST와 공동으로 설립할 ‘㈜인공광합성연구소’에 1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KAIST는 기술 및 지식재산을 현물로 출자한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현재 인공 광합성 연구법인을 구성하는 단계”라며 “KAIST가 보유한 기술의 가치 산정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인공 광합성은 탄소를 포집, 활용, 저장하는 ‘CCUS 기술’ 중 하나지만 경제성이 낮고 기술적 완결성을 확보하지 못해 아직 ‘갈 길이 멀다’고 평가받는다. 하나금융이 투자 수익보다는 사회적 가치를 높이는 포용금융과 사회공헌 차원에서 접근하는 이유다. 하나금융은 “현재로선 성패를 알 수 없는 기술이지만 세상을 이롭게 하는 금융회사의 사회적 역할에 부합하는, 의미 있는 투자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공 광합성 기술이 향후 인프라 프로젝트금융 시장에 편입될 가능성도 있다. 하나금융은 포스코 등이 주도하는 국내 CCUS 시장이 2026년까지 30조원 수준으로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ESG 경영 수준을 높이고 있는 대형 금융회사가 여·수신이라는 본업에서 한발 나아가 ESG 연구개발에 투자한 사례”라며 “다른 금융회사들에도 이런 트렌드가 확산할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 인공 광합성
광촉매, 태양전지 등을 활용해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한 뒤 고부가가치 화합물로 전환하는 화학 공정 기술. 식물의 광합성 원리를 모방한 기술로 온실가스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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