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질병이 생기기 전에 미리 예방해 건강하게 사는 것이 가장 이상적일 것이다. 의학에서는 질병 예방을 크게 1차, 2차, 3차 세 가지로 분류한다. 1차 예방은 질병이 생기기 전에 원인을 제거함으로써 발병 자체를 예방하는 것으로 예방접종, 금연 등이 그 예다. 2차 예방은 가능한 한 조기에 질병을 발견하고 적절한 치료·관리를 통해 조기 사망, 불구, 심각한 합병증으로의 진행을 막는 것으로 정기적 건강검진 등이 있다. 3차 예방은 만성 퇴행성 질병이 발생했을 때 불구로 진행하는 것을 예방하며 재활치료를 통해 정상 생활로의 복귀를 촉진하는 것으로 뇌졸중 이후의 재활 요법 등이 있다.
그동안 의학에서 주된 관심은 2차·3차 예방에 집중돼 있었다. 1차 예방의 경우 몇몇 감염성 질환을 제외하고는 주목할 만한 예방법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이런 인식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 여러 질병이 생활 습관이나 환경과 관련이 있으며, 이를 관리하고 건강을 증진하면 질병을 예방할 수 있다는 증거들이 제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많이 알려지고 효과가 증명된 것은 2차 예방이다. 외견상 증상이 없는 사람에게서 중요한 질병을 조기에 발견하는 방법으로 고혈압, 당뇨 같은 생활습관병과 암 등의 만성퇴행성 질병을 대상으로 한다. 2차 예방의 효과는 여러 연구에서 공통되게 나타나고 있다. 일례로 자궁경부암은 많은 경우 정기 건강검진을 받지 않는 사람에게서 발생하며, 너무 늦게 발견돼 치료가 어려운 말기암은 대부분이 건강검진을 하지 않는 경우에 생긴다.
하지만, 이런 건강검진에 대해 몇 가지 문제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첫째, 가족력, 과거 질병력, 건강위험인자 등을 고려하지 않은 획일적인 검사 항목이 적용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둘째, 의사에 의한 문진이나 진찰이 제외된 검사실 위주의 검사에 의존하는 경향이 많다. 셋째, 검사 결과에 따른 지속적인 관리와 건강 증진을 위한 교육·상담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넷째, 근거가 부족한 검사가 시행되는 경우가 있다. 이런 문제로 인해 최근에는 의사의 진료를 기반으로 한 맞춤 건강검진이 대두되고 있다.
살아가면서 질병이 생기지 않기를 원하는 것은 나이를 먹지 않기를 원하는 것과 다름없을 것이다. 하지만, 조기에 발견하면 치료가 가능하며 다시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평생토록 건강을 증진하며 인간다운 삶의 기초를 다질 수 있다.
최재경 건국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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