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눈에 띈 대목은 윤 당선인의 태도다. 그는 간담회 내내 “말씀을 듣겠다” “조언을 바란다”며 자세를 한껏 낮췄다. ‘민간 주도 경제로의 전환’ ‘자유시장경제에 대한 원칙과 믿음’ 등을 언급하며 기업인들의 활약을 당부하면서, 정부 역할은 ‘기업의 자유로운 활동에 방해되는 걸림돌을 제거하는 것’이라고 강조한 점도 눈길을 끈다. 경제는 어디까지나 기업이 주도하고, 정부는 그 보조 역할이란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지극히 원론적이고 당연한 얘기지만, 경제계가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지난 5년의 ‘트라우마’ 때문일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집권 초부터 재벌개혁과 적폐청산을 국정과제로 삼고, 5년 내내 기업들을 개혁 대상으로 몰아붙인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정부가 고용과 투자의 주체가 될 수 있다며 재정을 풀었고, 노골적인 노조 편향 정책으로 기업을 코너로 몰아세웠다. 그 결과 재정은 재정대로 망가지고, 고용과 잠재성장률은 참사 수준까지 떨어졌다. 문 대통령은 뒤늦게 “좋은 일자리 창출은 기업 몫이고, 정부는 최대한 지원할 뿐”이라고 언급했지만, 그간 행적을 감안할 때 공허하기 짝이 없는 발언이었을 뿐이다.
윤 당선인은 경제계와의 첫 만남이 순조롭다. 기업들도 당선인의 겸손한 모습에 고무돼 규제·노동개혁의 시급성 등에 관해 격의 없는 의견을 냈다고 한다. 관건은 추진력이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 공약에 대한 적잖은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예컨대 주 52시간 근무제를 지키되 상황에 따라 탄력 적용하겠다는 공약을 반대 진영에선 “최악의 야근공화국을 만들겠다는 것이냐”고 호도한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바로 세우겠다”는 초심(初心)을 잃지 말고 경제주체들과의 부단한 소통과 협력 속에 해법을 찾아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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