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청와대 이전 신·구 권력 충돌, 피해는 국민 몫이다

입력 2022-03-22 00:07   수정 2022-03-22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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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집무실 용산 이전 발표를 놓고 신·구 권력이 정면충돌하는 볼썽사나운 모습을 연출했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어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확대관계장관회의 뒤 안보 공백 우려를 제기하며 “새 정부 출범까지 촉박한 시일 안에 국방부, 합참, 대통령 집무실을 이전한다는 것은 무리”라고 제동을 걸면서다. 청와대는 이전을 위한 예비비 편성도 거부했다. 윤 당선인 취임 전 이전은 사실상 힘들게 됐다. 윤 당선인 측은 현 정권이 협조를 거부한다면 대통령 취임 뒤에도 당선인 사무실이 있는 통의동에서 업무를 보겠다고 하고, 청와대는 취임일(5월 10일) 이후 개방하겠다는 뜻을 고수했다.

양측의 힘겨루기로 순조로운 정권 이양은 물 건너가게 됐다. 그렇지 않아도 대통령과 당선인 만남이 지체를 거듭하면서 정권 이양기 혼란을 부르는 마당이다. 아직도 최악의 비호감 선거라는 비판을 받은 지난 대선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대선 결과 0.73%포인트 차이로 승부가 갈리면서 협치를 외치던 모습은 어디 가고, 6월 지방선거를 앞둔 정국 주도권 잡기에 몰두하고 있으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물론 윤 당선인이 청와대 이전을 화급하게 추진한 면을 부정할 수는 없다. 아무리 공약이라도 선후와 경중을 따져보고 여론도 수렴한 뒤 실행에 옮기는 게 맞다. 국방부와 합참 등 대한민국의 안보를 책임지는 핵심 기관들을 이동하는 데 따른 안보 공백에 대해 비판받을 소지도 다분하다.

그렇더라도 청와대가 북한이 미사일을 쏴도 잘 열지 않던 대통령 주재 NSC 확대관계장관회의까지 개최해 차기 대통령의 공약 이행을 대놓고 비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여당이 대통령 취임도 하기 전에 ‘레임덕’ 운운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할 말이 있으면 양측이 만나 협의를 하면 될 일이다. 더군다나 문재인 대통령도 청와대를 광화문으로 이전한다고 약속해놓고 실천하지 않은 판에 여권이 격앙된 반응을 보일 자격이 있는지 묻고 싶다. 따지고 보면 비록 장소가 광화문에서 용산으로 바뀌었다고 하더라도 당선인이 제왕적 대통령에서 탈피하겠다며 공약을 이행하겠다는 것 자체가 틀렸다고도 할 수 없다.

지금은 신·구 권력이 순탄한 정권교체에 힘을 쏟아야 할 때다. 양측의 충돌은 국가적 불안을 불러오고 그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이 조속히 만나 꼬인 매듭을 풀어주는 것이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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