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최신 스마트폰과 태블릿PC, 웨어러블기기 등엔 두께가 얇으면서도 전력소모가 적고 고화질을 구현하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이 장착되고 있다. 애플 역시 아이폰에 기존 액정표시장치(LCD) 대신 OLED 패널 장착을 확대하는 추세다.
가로 1.5m, 세로 1.8m크기의 직사각형 디스플레이 기판을 제품별 화면 크기에 맞게 자르고 다듬는 공정엔 '첨단 레이저 커팅장비'가 필요하다. 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m)단위로 정밀하고, 다양한 형상으로 빠르게 잘라야 하기 때문에 기존 기계식 커팅장비로는 불가능하다.
필옵틱스는 국내 OLED용 레이저커팅장비 시장점유율이 약 60%인 1위업체다. 삼성디스플레이가 만드는 갤럭시 폰·탭(S8 울트라)·와치용 OLED패널의 대부분은 이 회사 장비를 거쳐 만들어진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레이저 커팅장비를 이 회사로부터 거의 공급받고 있다. 연간 전세계에 판매되는 삼성 갤럭시폰 2억8500만대는 모두 이 회사의 기술이 녹아있다고 볼 수 있다. 삼성디스플레이의 애플 공급 물량을 감안하면, 전세계 아이폰 역시 2대 중 1대엔 이 회사의 장비를 거쳐 생산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보통 제품 최종 조립을 맡은 대기업들은 핵심 장비에 대해 2곳 이상의 회사로부터 공급을 받는다. 한 업체로부터만 공급 받으면 나중에 장비 문제로 제품 생산 전체가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독보적인 기술력을 가진 필옵틱스는 남다른 대우를 받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레이저커팅장비 개발부터 양산단계까지 오랜기간 호흡을 맞춰온 필옵틱스와 거의 단독 거래를 하고 있다. 필옵틱스의 기술력은 OLED공정 핵심 장비인 '레이저탈착장비(LLO)'에서도 드러난다. 이 회사가 2015년 국산화에 성공해 6년이 지났지만 아직 어느 국내 기업도 국산화에 성공하지 못했다.
2017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이 회사는 최근 폴더블폰의 인기로 관련 OLED 장비 매출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애플의 아이폰이 OLED 패널 장착을 확대하는 추세도 호재다. 필옵틱스는 세계 최대 LCD 업체인 중국 BOE를 비롯해 고비전옥스(GVO)와 티안마 등 중국 디스플레이업체로 매출을 늘리며 매출 구조를 다변화하고 있다.
필옵틱스가 생산하는 2차전지 장비는 2018년 삼성SDI와 공동으로 개발한 ‘레이저 스태킹 장비’다. 2차전지에 들어가는 양극재와 음극재 사이에 분리막을 지그재그로 쌓아올리는 장비다. 이 장비는 2차전지의 에너지 밀도를 올리고 제조 단가를 크게 낮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회사는 2차전지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기위해 2020년 관련 사업 부문을 물적분할해 ‘필에너지’를 설립했다. 현재 BMW 등 전기차 모델에 장착된 삼성SDI 배터리는 대부분 이 회사 장비를 거쳐 만들어진다.
최근 유럽 전기차 배터리 수요 증가로 삼성SDI가 현지 생산거점인 헝가리공장 증설을 진행하고 있어 이 회사의 매출은 계속 상승곡선을 그릴 것으로 보인다. 올해 예상 매출 증가분의 절반 이상이 삼성SDI 헝가리 공장 수요에서 나올 전망이기 때문이다. 필옵틱스는 올해 예상 연결 매출을 작년보다 50%이상 높게 잡은 상태다.
한 대표는 “장기적으로 매출 비중을 디스플레이 장비 30%, 2차전지 장비 30%, 반도체 장비 40%로 다변화시킬 것”이라며 “2025년엔 매출 1조원을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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