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업계에 따르면 키움투자자산운용은 최근 한국거래소에 '키움 히어로즈 리츠 이지스 액티브 ETF'에 대한 상장예비심사 서류를 제출했다. 오는 5월 상장을 목표로 하는 이 ETF는 국내 상장리츠에만 투자하게 된다. 벤치마크 지수는 NH투자증권과 키움운용이 공동 개발한 'iSelect 리츠 지수'(iSelect REITs Index PR)이고 총 보수는 연 0.57%다.
주목할 부분은 부동산 전문 운용사인 이지스자산운용을 투자자문사로 둔 점이다. 전문적인 ETF 운용을 위해 국내외 리츠 펀드 운용과 관련한 리서치 역량을 갖고 있는 이지스운용과 협력한 것으로 보인다.
이지스운용은 리츠종목 기초체력(펀더멘털)을 분석하고 평가가치(밸류에이션)와 비중을 조절하는 등의 역할을 한다. 이 내용을 바탕으로 키움운용은 포트폴리오 종목 구성을 결정하고 리밸런싱 등 각종 이벤트에 대응하게 된다. 이지스운용이 비중 조절에 대한 의견을 전달하면 키움운용 운용역이 이를 참조해 각 종목들의 비중을 최종 결정하는 형태인 것이다.
키움운용이 서둘러 리츠 ETF를 내놓고자 하는 것은 리츠 테마 ETF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고 봐서다. ETF는 지수 요건상 최소 10종목 이상의 종목에 분산 투자해야 한다. 때문에 리츠 ETF를 출시하려면 리츠자산군만으로 편입종목 10개를 채워야 한다. 그동안 10개를 겨우 넘는 상장리츠에서 자본시장법상 운용사의 투자가 제한되는 '재간접리츠'를 빼면 사실상 조건을 충족할 수 없었다.
재간접리츠란 실물자산이 아닌 리츠나 부동산펀드의 수익증권에 투자하는 리츠를 뜻한다. 제81조제1항제3호다목에선 수익증권을 자산총액의 40% 넘는 비중으로 편입하는 경우에는 공모펀드의 투자를 받을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리츠가 해마다 대여섯 개씩 증시에 상장되면서 가까스로 ETF 출시 요건이 충족됐다. 전일 기준 국내 상장리츠는 총 18개로 시가총액은 7조5457억원 수준이다. 각 리츠별로 투자보고서상 수익증권의 비율을 감안하지 않고 단순히 실물자산과 자리츠로만 구성된 리츠를 따져봐도 10개 수준이다. 국내 리츠로만 ETF를 꾸릴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 셈이다.
리츠 ETF를 액티브 형태로 출시한 이유도 시장 확대와 맞닿아 있다. 액티브 ETF는 패시브 ETF와 달리 펀드매니저가 구성종목 일부를 바꿔가면서 벤치마크 지수 대비 초과 수익을 추구해야 한다. 액티브 ETF로 출시한 만큼 향후 투자매력도가 상대적으로 더 높은 리츠가 상장됐을 경우 투자매력도 하위 종목을 빼고 해당 종목을 새로 편입하는 등의 대응이 가능해진다.
한국리츠협회에 따르면 올해 최소 5개의 상장리츠가 출시될 예정이다. 리츠 시장의 꾸준한 확대가 기대되는 만큼 일부 운용사도 하반기 상장을 목표로 리츠 ETF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투자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의 공모리츠 활성화 정책으로 우리나라에서도 리츠 종목 수와 다양성이 증가하면서 일부 운용사들이 리츠 ETF를 논의하고 있다"며 "올해를 기점으로 국내 리츠 관련 ETF들이 여럿 상장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한편 '최초'라는 수식어를 얻기 위한 물밑작업도 감지된다. 지난 18일 미래에셋자산운용은 2019년 7월 상장한 ETF 'TIGER 부동산인프라고배당'의 이름을 'TIGER 리츠부동산인프라'로 바꿨다. 상장 시기가 일렀던 만큼 국내 상장리츠만으로 자산구성내역(PDF)을 꾸릴 수 없어 인프라 펀드와 고배당주도 같이 담은 게 특징이었다.
최근 들어 고배당주는 투자대상에서 빠졌다. 미래에셋운용은 작년 12월 기초지수 정기변경에서 변동성이 높은 고배당주는 빼고 인프라 펀드와 리츠 등 특별자산만을 편입하겠다고 알렸다. 운용사들이 하나둘씩 리츠 관련 ETF 출시에 나선 가운데 투자대상과 명칭의 변경은 '첫 국내 리츠 상품'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박현선 한국리츠협회 연구원은 "지금 같은 금리상승기에 부동산을 기초자산으로 삼는 리츠가 투자대안으로 거론되는 경향이 있다"며 "뿐만 아니라 고배당의 특성상 리츠에 투자하고 싶은 이들이 많을 텐데 ETF 등 상품을 통해 비교적 쉽게 접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주무부처에서 상장리츠 활성화를 위해 노력 중인 만큼 투자 제약요인은 점차 줄어들 전망"이라고 말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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